은행 빚내서 구입한 상가에 의료기기 매장 임대로 월 1000만원 번 김 비서관
월세 500만원에 직원 구조조정한 문전약국과 대비···공직자 윤리 제고 계기 삼아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시일이 경과됐지만 김기표 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 반부패비서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은 고위공직자 도덕성과 윤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여지를 줬다는 점에서 충분히 복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김 비서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재산을 공개했다. 청와대 비서관은 고위공무원 가급(구 1급)에 해당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당시 김 비서관 재산은 39억2417만1000원이었다. 문제는 그의 부동산 재산이 90억여원인 점이다. 금융채무가 54억여원인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보건의료와 관련이 적은 김 비서관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가 구입한 상가가 이대서울병원 인근이라는 점 때문이다. 대부분 언론은 그가 소유한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부지와 연결시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김 비서관의 강서구 마곡동 상가를 주목한 기자는 전자관보를 뒤져 마곡동 열린M타워Ⅱ 84.55㎡와 열린M타워Ⅱ 102.31㎡ 상가 2곳을 소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각각 29억4700만원과 36억100만원으로 신고한 상가다.
관보에 나온 열린M타워Ⅱ를 이대서울병원 인근에서 찾았지만 열린M타워만 찾을 수 있었다. 이대서울병원 두 번째 옆 건물이다. 기자가 직접 가봤지만 건물에는 열린M타워로만 기재돼 있었다. 다른 취재가 밀려있던 상황에서 95% 이상 확신했지만 취재가 쉽지 않았다.
결국 열린M타워가 김 비서관이 소유한 상가가 있는 건물로 파악됐다. 상가 2곳 중 1곳은 비어 있고 나머지 1곳에는 의료기기 매장이 입점해 있다는 후속 보도가 있었다. 의료기기 매장의 경우 1억5000만원 보증금은 관보에서 확인됐다. 열린M타워 1층에 있는 매장 성격과 규모 등을 감안하면 매달 1000만원 월세가 추정됐다. 여기서 김 비서관이 본인 상가를 문전약국에 임대했을지 모른다는 기자의 추정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서울병원 인근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기자 입장에서는 병원은 물론 문전약국 동향도 개인 의지에 관계 없이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대서울병원과 열린M타워 인근 한 문전약국은 월 1억원 보증금에 500만원 월세를 내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됐다. 이 약국은 병원 오픈에 맞춰 의욕적으로 운영을 시작했지만 갈수록 의지가 상실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국을 열어놓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던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약사와 같이 근무하던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김 비서관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 보도 직전에는 혼자서 약국 문을 닫고 쓸쓸히 퇴근하는 약사의 뒷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종합하면 은행에서 54억여원을 대출 받아 65억원대 상가 2곳을 구입, 매달 1000만원 월세를 받고 있는 김 비서관과 500만원 월세에 직원을 구조조정한 문전약국 약사가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분노가 계속 남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아마도 김 비서관은 본인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닌 부천과 가까운 마곡동에 상가를 구입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을 수도 있다. 그가 마곡동에 상가를 구입하든 현재 거주하는 분당에 상가를 사든 공직자만 아니면 아무 상관이 없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변호사를 인사검증으로 걸러내지 못한 현재 청와대 시스템에 문제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년 5월 임기를 마치는 현재 청와대에 특별히 원하는 것이 없다. 서민들에게 스트레스만 주는 인물을 비서관에 발탁하는 일만 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