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헬스케어 자회사 통한 플랫폼 서비스 허용···선불전자지급 업무 포함
KB손보, 8월 인가 목표로 자회사 설립 추진···신한라이프, ‘하우핏’ 독립 예정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보험업계의 최대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헬스케어 사업을 둘러싼 국내 보험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 설립을 허용함에 따라 보험사들은 보다 전문화된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의 보험 계열사들이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치열한 시장 선점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보험사 헬스케어 서비스, 상품 부가서비스 한계···자회사, 서비스 단독 제공 가능
14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13일) 오후 ‘보험업권 헬스케어 활성화 TF 2차 회의’를 열고 헬스케어 규제 개선 방안의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TF는 앞서 지난 2월 1차 회의를 통해 보험사의 부수업무 범위 확대, 헬스케어·마이데이터 자회사 설립 허용 등의 과제를 선정했으며 5월 보험업법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2차 회의를 통해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자회사 또는 부수업무 방식으로 헬스케어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영위하는 것을 즉시 허용하기로 했다. 헬스케어 자회사 업무의 범위에 커머스 사업 등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했으며 헬스케어 서비스 운영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선불전자지급 업무를 영위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의 이번 규제완화는 보험업계의 헬스케어 사업 진출 속도를 가속화 시킬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보험사가 제공해왔던 헬스케어 서비스는 개별 상품의 부가서비스로 제공됐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받기 위해 특정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계약 유지, 고객 충성도 증진 정도의 효과밖에 얻을 수 없었고 자연히 적극적인 개발에 나서기도 쉽지 않았다.
반면 자회사를 통한 플랫폼 서비스는 단독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기업보험이나 단체보험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다. 개발된 서비스를 이전과 같이 모회사의 상품과 매칭하는 것도 할 수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것은 먼저 상품이 있고 그 뒤에 (헬스케어 서비스가) 뒤따라 오는 개념”이라며 “예를 들어 건강증진형 상품이라고 하면 부가적으로 운동, 체중, 혈당 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회사는 보험사와는 별도로 ‘헬스케어 서비스’ 자체를 업으로 하는 기업”이라며 “보험상품의 틀에서 벗어나 서비스를 만들기 때문에 보험상품보다 서비스 개발이 우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선불전자지급업무 허용은 헬스케어 자회사가 수익모델을 다양화할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기대된다.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성과를 낸 고객들에게 자체 리워드(포인트) 등을 제공하면서 서비스를 플랫폼화 시킬 수 있는 것이다. 헬스케어 자회사 업무 범위에 커머스 사업도 포함되기 때문에 해당 포인트를 받고 운동용품, 영양제를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KB손보 “전문성 증대” vs 신한라이프 “자율성 확대”
현재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은 KB손해보험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KB손보는 내달 인가를 목표로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KB손보의 헬스케어 자회사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별 건강상태 분석,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인가 작업이 진행될 경우 KB손보 헬스케어 자회사는 연내에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규모와 사업 모델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KB손보 관계자는 “이미 KB손보는 KB손해사정이나 KB골든라이프케어 등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며 “보험사 내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보다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 전문성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의 최대 라이벌인 신한금융그룹의 신한라이프도 헬스케어 전문 자회사 출범을 계획 중에 있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은 지난 달 신한라이프 출범을 앞두고 ‘하우핏’의 자회사 독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우핏은 신한생명과 스타트업 ‘아이픽셀’이 공동으로 개발한 AI 기반 홈트레이닝 서비스다. AI가 별도의 웨어러블 장비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용자 움직임을 분석하고 운동 횟수·정확도 등을 인식해 운동을 코칭하는 방식이다. 신한라이프는 현재 사내 벤처 구조로 있는 하우핏 사업부를 자회사 형식으로 분리할 계획이다. 분리 시점 및 규모는 미정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인력 구성 등이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스타트업 방식으로 지원을 하려하고 있다”며 “자회사 형태로 독립이 되면 보다 자율성이 보장돼 창의적인 서비스들이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래 사업모델 등은 조금 더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트레이닝 지원 서비스로서 강사 구인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오래 머무르게 함으로써 서비스를 ‘플랫폼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