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신차 할부금융 최저금리 평균 2%대
캐피털사, 연 3.78% 수준
“카드사, 캐피털사 대비 신용등급 높아···낮은 조달금리 우위”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캐피털사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신차 할부금융 시장에 카드사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카드사들이 낮은 조달금리를 우위로 캐피털사 대비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시장 내 입지를 넓혀가자 캐피털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1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금융 사업을 영위하는 6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우리·롯데·하나카드)의 신차 할부금융 평균 최저금리는 2.85%로 집계됐다.
현대·NH농협·하나·롯데·우리금융·KB·산은·메리츠캐피탈 등 8개 주요 캐피털사의 평균 최저금리가 3.78%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카드업계의 신차 할부금융 금리가 캐피털사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은 셈이다.
카드사와 캐피탈사를 모두 통틀어 동일 조건 하에 가장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곳은 현대캐피탈이었다. 현대캐피탈의 최저금리는 1.9% 수준이다. 앞서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할부 상품 금리를 0.7%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카드사별로 보면 삼성카드의 최저금리가 가장 낮았다. 삼성카드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그랜저를 현금구매비율 30%, 대출기간 60개월 조건으로 구매할 경우 연 2.5%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부터 삼성카드의 신차 할부금융 금리는 카드업계 내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카드 외에도 신한카드(2.8%), 우리카드(2.8%), 롯데카드(2.8%), 하나카드(2.9%) 등도 같은 조건에서 연 2%대 금리를 제공했다.
신차 할부금융 상품과 관련한 카드사들의 금리 경쟁력이 강해지면서 카드업계 내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도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9조118억원로 전년 동기(7조6997억원) 대비 17.04% 증가했다.
반면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21조380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0조2132억원 대비 2.7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카드사들이 캐피털사에 비해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두 업권 간 구조적 차이가 작용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사는 캐피털사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기 때문에 캐피털사에 비해 조달금리가 낮다”며 “고객층 역시 카드사를 통해 자동차 할부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상대적으로 우량한 경우가 많아서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드사와 캐피털사 간 신차 할부금융 시장 내 점유율 싸움이 치열해지면 향후 경쟁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성을 제고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카드사들이 신차 할부금융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드사들이 낮은 금리를 제시하면 캐피털사 역시 이에 대응해 금리 인하를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