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교섭 재개 후 철야 농성 및 출근 투쟁 등 쟁의 수위 높이며 사측 압박 계획
정년 연장 및 임금 인상안, 노사간 입장 차이 커 교섭 쉽지 않을 듯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을 보류하고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다. 3년만에 현대차 노조가 파업 움직임을 보이면서 하반기 실적 악화가 예상됐으나, 노사가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으면서 최악의 상황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현대차 노조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사측이 보낸 교섭재개에 대한 입장 공문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오는 14일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한지 보름여 만이다.
앞서 지난 9일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이상수 노조지부장을 직접 찾아가 교섭 재개를 요청했다. 하언태 사장은 “조속한 교섭 타결을 위해서는 노사 간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견을 좁히고 합리적 접점을 모색해 교섭 마무리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송철호 울산 시장도 현대차를 방문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임금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지역경제 활력 제고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노사가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파업 불씨는 남아있다.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사측이 진정성이 없다면 파국은 불가피하다”며 “임단투 승리를 위한 조합원의 투쟁 의지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밝혔다.
노조는 오는 20일까지를 성실 교섭기간으로 정하고 쟁의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날부터 철야농성을 시작으로 대의원·현장위원들은 출근 투쟁을 실시한다. 또한 사측이 실시하는 모든 교육을 거부하고, 오는 16일까지 각 사업부 및 지역위원회는 노사 협의를 종료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사가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와 사측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30% 지급, 정년연장(만 64세)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100%+300만원, 격려금 200만원 등 1인당 1000만원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거절했다.
특히 정년 연장의 경우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인력을 줄여야 하는 현대차 입장에선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안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정년 퇴직 등 자연감소분을 통해 인원을 감축하려고 했으나, 노조가 정년 연장을 요구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량 대비 부품 수가 30% 이상 적어 필요 생산인력도 이전 대비 60~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