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 캐피탈사 치중 구조 바꿔야···"자본비율 상승이 우선"
DGB, 비은행 비중 가장 높아···저축은행·손보사 인수할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BNK금융지주가 하반기 전략 키워드로 ‘비은행’을 제시하는 등 지방금융지주의 생존을 위한 열쇠로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JB·DGB금융지주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JB금융은 약한 비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먼저 재무건전성 평가 기준 전환에 집중할 계획이다. DGB금융은 충분한 자본여력을 바탕으로 비은행부문 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건다는 전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최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경영진은 향후 경영 전략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비은행’을 꼽았다. 올해 1분기 비은행 계열사들의 실적이 급증한 기세를 몰아 하반기 순익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비은행 계열사에 유상증자로 자금을 잇달아 내려보냈다. 재원은 은행의 중간배당으로 마련했다.
지방금융지주가 생존을 위해서는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의 성장세는 지방금융지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핵심 산업인 은행이 인터넷은행으로부터 많은 수의 고객을 빼앗기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지방금융지주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은행 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캐피탈 등 수익원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방은행의 실적이 당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은행에서 번 돈으로 비은행 부문에 꾸준히 투자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JB·DGB금융도 비은행 강화가 핵심 목표다. 두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비은행 강화는 생존 뿐만 아니라 당장 지방금융지주 실적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도 시급한 사안이다. JB금융은 지난 1분기 88억원 차이로 DGB금융을 꺾고 2위 자리를 수성했다. 2018년까지 2등 자리는 DGB금융 몫이었지만, 이듬해 JB금융이 2위로 뛰어 올랐다. 은행의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은 시점에서, 두 금융지주 간 경쟁이 성패는 비은행부문에 달린 셈이다.
JB금융은 비은행 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룹 전체 실적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수치 자체는 크다. 하지만 수익원 다각화라는 질적 측면에서는 부족한 편이다. JB금융의 비은행 실적 순익 466억원 가운데 JB우리캐피탈(452억원) 순익이 사실상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JB우리캐피탈은 지난 2011년 대우자동차판매로부터 인수한 캐피탈사다. 자동차금융 자산 비율은 66.1%에 달할 정도로 자동차할부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자동차 할부 사업이 흔들리면 JB금융 비은행부문 실적 전체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 특성상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 발행 금리가 올라가면 자금 조달에서 문제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JB금융이 증권사를 서둘러 인수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마땅한 매물이 보이지 않는 점이 문제다. 증권업이 호황인 상황에서 매물로 나오는 증권사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 나오더라도 필요 이상의 가격을 지불할 공산이 크다. 자본 여력도 충분하지는 않다. JB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10.24%)은 간신히 두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증권사 인수로 이 수치가 한자리 대로 하락한다면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JB금융은 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JB금융은 현재 보통주자본비율을 산출하는 기준으로 표준등급법을 사용하고 있다.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면 보통주자본비율이 크게 오르는 효과가 있다.
JB금융 관계자는 “비은행 강화를 위해서는 BIS비율 등 재무건전성 지표를 맞추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이를 위해 당국에 내부등급법 전환 신청을 해놓은 상태이고, 통과를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DGB금융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비교적 성공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해 1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둘 수 있는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해 캐피탈, 생명보험, 자산운용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실적 비중이 가장 크다. 덕분에 지난해 대구은행의 실적이 15.6% 급감한 상황 속에서도 비은행의 힘으로 그룹 전체 순익은 8% 뛰었다.
그룹 재무건전성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DGB금융의 3월 말 보통주자본비율은 11.94%로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4월 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전환 승인을 받은 덕분이다.
금융권에서는 DGB금융이 손해보험사와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DGB는 두 부문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DGB금융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그룹의 성장 전략의 일환이며, 구체적인 인수합병을 위해 정해진 사안은 없다"라며 "DGB금융은 디지털 영업 채널 구축 등 비은행계열사의 미래 성장력 확보를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