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평택공장 매각 후 전기차 등 미래차 전용 공장 건설
전기차 시대 맞아 인력 조정 필수라는 시각도···전기차, 내연기관 대비 필요인력 70% 수준
쌍용차 “매년 150여명 정년 퇴직자 발생···인위적 구조조정 없이도 충분”

/ 사진=쌍용차
평택공장. / 사진=쌍용차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쌍용자동차가 평택공장을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쌍용차는 평택공장 매각 및 전기차 생산체제로 전환하며 투자자 부담을 줄여 매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 9일 평택시와 평택공장 이전 및 신공장 건설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쌍용차는 시설이 낙후된 평택공장을 매각하고,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새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래 전기차 경쟁력 강화는 물론, 부지 매각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며 투자자들의 진입문턱을 낮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79년 지어진 평택공장(85㎡)은 최근 자산재평가 과정에서 부지가치가 약 9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쌍용차 공익채권(3900억원)과 회생채권 및 회생담보권(8000억원) 규모를 고려하면 부지매각으로 상당 부분 부채 탕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평택공장 매각에 따라 인력 조정도 함께 이뤄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쌍용차가 평택공장마저 매각할 만큼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 및 산업은행 설득을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한 전기차 생산체제를 본격화할 경우 기존 대비 필요 생산인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인원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 대비 필요한 부품 수가 70% 수준으로, 이에 따라 생산 인력도 기존대비 60~70% 수준만 있어도 생산이 가능하다.

이미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르노, 다임러, BMW 등은 전기차 체제 전환을 위해 대규모 인력 감축을 실시한 바 있다. 폴크스바겐은 올해 초 고령 노동자들에게 명예퇴직을 제안하는 등 5000여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포드, GM 등 미국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차 분야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내연기관 생산공장을 줄이면서 비용 감축에 나섰다. 르노그룹도 지난해 구조조정으로 3년간 20억유로를 확보하고 전기차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밖에 지난해 다임러 2만명, BMW 1만6000명, GM 1만4000명 등 인적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전기차 전환으로 인해 향후 5년 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종사자 1100만명 중 300만명이 실직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쌍용차는 1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 감축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현재 쌍용차 임직원수는 4700여명으로 르노삼성자동차(3500명)보다 30% 이상 많다. 르노삼성은 작년 79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향후 생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 초 희망 퇴직 등으로 500여명의 직원을 줄인 상황이다.

올 상반기 쌍용차 판매량은 4만314대로 전년대비 18.4% 떨어졌다. 이 기간 르노삼성은 5만5926대, 한국GM은 15만4783대를 판매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쌍용차 자구안이 투자자를 설득하기엔 부족하다며 “2년 무급 휴직 등 노사가 애쓴 것은 이해하지만 노사 노력이 충분한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는 무급 휴업 및 정년 퇴직 등 자연 감소분으로 구조조정 효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노사는 이날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무급휴업을 실시하고, 평택공장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한다. 또한 올해부터 5년간 매년 평균 150여명의 정년 퇴직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자연감소 인원에 대해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면서 인위적인 인력조정 없이도 실질적인 구조조정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매년 4~6% 수준의 생산효율 향상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자구안만으로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쌍용차는 새주인 찾기에 나선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마땅한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판매량 대비 많은 인력과 재무구조 악화로 인해 투자 매력이 떨어져서다. 부채의 경우 평택공장 매각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것으로 예상되나, 과잉인력은 투자자가 짊어지기에는 부담이 크다.

특히 쌍용차는 자구안에서 미지급 급여와 임금삭감분 등을 회생절차 종결 이후 순차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는데, 투자자 입장에선 보면 결국 인수 후 미지급금여를 갚아야 하는 셈이다.

이 회장도 이 점을 우려해 “투자자 입장에선 투자금이 공익채권으로 먼저 가는게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쌍용차는 그동안 내연기관 시대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강점으로 회사를 운영해왔으나 전기차 시대 경쟁력은 다른 완성차 기업 대비 뒤떨어지는 상태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전세계 자동차 기업들이 수십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데 비해 쌍용차는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선 쌍용차 몸집을 최대한 줄인 상태에서 인수한 뒤 여유 자금을 전기차 개발에 쏟아야 그나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회사 매각을 위해선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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