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관련 가족경영 체제 지적 나도 자유롭지 않아···우리나라 만의 문제 아냐”
“일본에선 오히려 한국의 가족 경영 부러워해···상명하복식 대기업 문화 고쳐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9일 “가족 경영의 폐해 지적에 대해 통감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날 카카오 오디오 플랫폼 ‘음’에 출연해 대기업 그룹 승계 문제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승계와 관련해 가족경영 체제가 나쁘다는 지적을 많이 받고 저도 자유롭지 않다”며 “하지만 다른 나라는 괜찮은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창업주부터 2·3대로 내려갈 때 많은 문제가 야기됐고, (이후) 현재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이라며 “그런데도 여전히 미국에 가족경영이 꽤 많다”고 했다.
SK하이닉스가 일본 반도체 기업 도시바에 투자한 사례를 거론하며 전문경영인 체제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일본 기업들도 가족 경영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는데, 큰 리스크를 감당하고 반도체 회사를 경영할 일본의 전문경영인이 없었던 것”이라며 “그때 운 좋게 하이닉스가 파이낸셜 투자자와 손을 잡고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다 보니 한국에서는 가족경영이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얻어맞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한국의 가족경영을 부러워한다”며 “어느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체제에서든 다양한 문제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우리나라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지만 어떤 기업에서든, 어느 경영 체제에서든 많은 문제가 있다”며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하고 문제를 없애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 문화가 상명하복식이란 지적에는 “직원 숫자가 많고 조직이 크다 보니 소수 임원과 수많은 직원 간의 소통이 물리적으로 어려워 결국 상명하복성 지시로 가게 되는 것 같다”며 “디지털 기술, SNS 등을 통해 그런 문화를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이제는 기업 전체 구성원이 공감하고 함께 움직이는 새로운 종류의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며 “리더 한 사람이 아니라 구성원 전체가 일치한 정신을 갖는다면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