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내수시장 한계···K배터리 주무대였던 유럽에서는 유럽·중국업체 도전장 직면
“美시장 선점해 다행···세계 1위 위해선 유럽·미국 지키고 중국·3세계 공략해야”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K배터리의 세계 1위 수성을 위한 청사진이 공개됐다. 민간이 향후 10년 간 40조6000억원이 투입하고 정부는 세제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포스트 반도체’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투자가 원활히 이행되고, 정부가 물심양면으로 업계를 지원하더라도 목표수성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중국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금년 5월까지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는 중국의 CATL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2위에 랭크됐으며, 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은 각각 5·6위에 올랐다. 3위는 일본의 파나소닉이며 4위는 중국의 BYD다. 한 차례의 치킨게임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3강 4중 형태로 재편된 바 있다. 금년부터는 확고한 2강(CATL·LG) 체제며 BYD·삼성·SK 등 중위권이 파나소닉을 뒤쫓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목표는 저마다 다르다. LG에너지솔루션은 CATL을 넘어 1위가 목표다. 삼성SDI는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고, 미국 등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LG·CATL 등과 함께 3강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를 위해 40조6000억원 중 LG에너지솔루션이 약 15조원을, 삼성과 SK가 7조원 안팎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빅3’를 중심으로 한 민간의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지고, 개별 업체들의 점유율이 증가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K배터리 세계 1위’도 가능하다. CATL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배터리가 한국의 턱 밑까지 추격했다는 평이 나올 정도지만, 여전히 기술력 면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게 평가된다. 문제는 시장이다.
올 4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한국이 단연 독보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34.9%로 1위며, 삼성SDI 3위(10.2%), SK이노베이션이 5위(9.8%)에 올랐다. CATL의 비(非)중국 점유율은 10.1%(4위)로 삼성SDI에도 못 미친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높은 배터리시장 점유율은 자국시장이 근간이다.
중국업체들의 점유율 총 합은 40%를 웃돌지만, 한국 3사의 점유율 총계는 40%를 하회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는 한국이 전체 집계에서 밀릴 정도로 중국의 배터리 시장은 크다. 글로벌 3대 전기차 시장으로 유럽·북미와 함께 중국이 꼽힌다. 특히 중국은 유럽·미국보다 선제적으로 전기차 시장을 부흥시켰다. 자연히 현재기준으로 중국시장의 점유율이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유럽시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문제는 CATL이 독일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현지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점이다. 폭스바겐그룹·스텔란티스 등의 핵심 공급선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시에 유럽 내에서는 배터리 내재화가 추진 중이다. EU정부 차원의 공조를 통해 전기차 원가의 40%에 달하는 실익을 동아시아와 나누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단계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K배터리를 향한 유럽의 도전장까지 받아들인 상황에서 미국시장은 대안으로 꼽힌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의 미국 진출이 제한적인 가운데, 미국의 양대 완성차업체인 GM과 포드는 각각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과 합작사(JV)를 설립하고 동맹을 강화했다. 이들 두 회사는 독자적인 북미 배터리 생산량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미국공장은 북미 최대규모다. 삼성SDI도 북미 배터리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K배터리가 세계 1위를 수성함에 있어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역지 중국이다”면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시장에서 빈약한 내수시장을 보유한 우리 배터리업계가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선 전고체·리튬황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 기술격차를 유지한 채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선점한 미국시장도 중요하지만, 중국·유럽 등의 도전이 거세지는 유럽시장을 지키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면서 “중국 당국의 보조금 완화기조에 발맞춰 현지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동시에 동남아시아 등 제 3시장 공략에도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