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기재부 해임 건의 불이행···조 원장, 복지부 사표 수리 후 증진원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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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의 공공기관 실적 평가에서 2년 연속 미흡 평가를 받아 해임 건의 대상에 올랐던 조인성 한국건강증진개발원장에 대해 복건복지부가 해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조 원장은 사직서를 제출, 수리돼 건강증진원을 떠났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조치’ 보도자료를 지난달 18일 배포했다. 당시 기재부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기업 36곳과 준정부기관 95곳 등 총 131곳에 대한 2020년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조치안을 의결, 그 결과를 발표했다.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는 아주 미흡(E) 또는 2년 연속 미흡(D)인 8개 기관 중 당시 재임 중인 기관장 4명에 대한 해임 건의가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E등급은 우체국물류지원단과 한국보육진흥원이다. 2년 연속 D등급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다.

이중 건강증진원 주무부처는 복지부다. 복지부는 기재부로부터 조인성 건강증진원장 해임 건의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지부는 조인성 원장을 해임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정부부처로부터) 해임 건의를 받아도 그동안 해임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조 원장의 남은 임기가 지난 1일 만료된 점도 해임이 진행되지 않은 사유로 추정된다고 관가 인사들은 언급했다.

이에 조 원장은 복지부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복지부는 이를 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원장은 당초 임기 종료일인 지난 1일까지 근무하고 사직했다. 건강증진원도 지난 2일자로 조 원장이 의원면직처리됐다고 밝혔다. 이에 강재헌 건강증진원 비상임이사가 현재 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취임했던 조 전 원장은 중앙대 의대를 졸업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그는 경기도의사회장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 더불어민주포럼 상임대표 등을 역임했다.

문제는 그가 복지부로부터 해임을 당하지 않고 남은 원장 임기를 그대로 수행했다는 점이다. 기재부가 위촉한 평가단이 131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경영실적 및 59개 기관 감사에 대한 직무수행실적을 평가했고, 이를 공식 발표했는데 기관장 해임 건의가 묵살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관가 관계자는 “만약 조 원장이 문재인 캠프 출신이 아니었다면 해임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을 표했다. 실제 조 전 원장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의료정책 총괄특보단장’으로 활동하며 문재인 캠프 의료정책 공약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조 전 원장 경력과 관계 없이 단순하게 남은 임기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해임하지 않았다면 그것 또한 문제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복수의 관가 관계자는 “복지부는 항상 원칙과 규정에 따라 행정을 한다고 하면서 기재부가 아닌 민간 전문가들 결정은 왜 무시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건강증진원에 관심이 집중된 것은 이미 한 차례 기관장 해임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건강증진원은 지난 2017년 12월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당시 원장으로 근무하던 정기혜 원장 해임안을 가결한 바 있다. 정 원장은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된 겸직허가 규정 위반, 채용비리 혐의 등을 이유로 해임안이 제기됐었다. 이에 정 원장은 해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복수의 관가 관계자는 “현재 조 전 원장 후임자에 대한 청와대 인사검증이 진행 중인데 청와대는 정신 차리고 건강증진원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며 “복지부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인사의 불공정성을 없애고 규정에 따라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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