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배터리 발전 전략 발표···R&D·세제·소부장 지원책 담겨
1100명 이상 전문인력 양성 계획···“소재 확보 다변화 방안 시급”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우리나라 배터리(이차전지) 산업 발전을 위한 로드맵이 공개됐다. 향후 10년간 민간에서 4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정부는 연구 개발(R&D)과 세제, 전문 인재 양성 등을 지원한다. 이같은 대책이 업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정부가 경쟁 구도에 있는 국내 이차전지 3사의 역량을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이차전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종합 대책인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2030년까지 4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정부는R&D·세제·금융 등을 적극 지원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를 글로벌 이차전지 R&D 허브와 선도 제조기지, 핵심 소부장 공급기지로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정부와 민간이 개발에 나서 전고체(2027년), 리튬황(2025년), 리튬금속(2028년) 등 차세대 이차전지 상용화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극소재, 고체 전해질 등 차세대 이차전지를 위한 요소 기술을 개발하고 차세대 배터리 파크를 구축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용 중인 리튬이온전지의 고성능·고안전·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하이니켈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등 소재를 개발한다. 지능형 이차전지(위험의 자가 감지·억제·치유)개발 예타를 추진하고 친환경·스마트 공정을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이차전지 분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해외 원재료 확보 및 국내 재활용 소재 생산능력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민간 해외 소재광물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자원보유국과 협력 채널을 강화하며 비축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이차전지를 재활용해 리튬과 니켈 등 원재료를 다시 확보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개발과 설비 구축을 추진한다.
이차전지 관련 소부장 기업의 성장과 기술력 확보를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지난 2월 지정한 이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를 중심으로 수요, 공급 기업간 협력을 통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3사와 정부 등 출연한 800억원 규모의 혁신펀드를 조성하고,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통한 세액공제도 진행한다. 국가안보,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분야 등의 기술 R&D 비용은 최대 40~50%, 시설투자는 최대 20% 각각 세액공제한다.
연간 1100명 이상의 이차전지 전문인력을 육성하기로 했다. 석박사급에선 핵심인력 양성 규모를 50명에서 150명 규모로 확대하고 학부에선 50명 규모의 사용후 배터리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또 유관 전공학과에 이차전지 트랙을 구축하고 전공과 무관하게 이차전지 특화교육과정을 신설한다. 아울러 이차전지 제조·공정 인력 양성 플랫폼, 인적자원개발협의체(SC) 등을 신설해 수준별 인력 양성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대책은 이차전지 업계의 요구사항을 어느정도 반영했다는 평가다. 현재도 성장세가 좋은 편이지만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주요 3사 관계자는 “절대적으로 매출이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배터리 시장이 워낙 빨리 성장하다보니 매출 성장세는 빠른 편”이라며 “R&D 분야 세제혜택은 업계에서 계속 요구해왔던 내용이다. 이차전지 분야 신사업은 수요가 많다보니 고급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전지산업협회 관계자는 “기술 격차는 정성적인 부분이라 정량적으로 분석이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크게 보면 우리나라가 기술적으로는 좀 앞서있고 가격 경쟁력은 좀 떨어진다”며 “우리나라 전지업계들이 수주도 많이 하고 경쟁력은 갖고 있지만 미래를 위해 차세대 전지 개발 쪽으로도 정책적 지원이 계속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차전지 3사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등의 경쟁국은 국가 차원의 내재화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3년 동안 LG와 SK가 분쟁을 벌였는데 결국 합의는 됐지만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낭비가 컸고 타이밍을 많이 놓쳤다”며 우리나라가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을 쥐기 위해 배터리 3사가 뭉쳐야 하는데 정부가 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법적 제도적 부분, R&D 지원,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좀 더 3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K-배터리 전략이 미래 주도권을 확보하고 확실하게 가자는 측면이 강하기에 정부가 얼마만큼 정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관건이란 것이다.
이차전지 소재 확보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김 교수는 “미래 배터리에 들어가는 고부가가치 소재는 국내에서 생산되질 않는다. 해외,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해외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필요하면 해외 광산 등을 통해 공급을 안정적으로 가져와야 한다. 소재에 대한 것들은 K배터리 전략의 첫 단추 적인 측면이 있다. 이게 돼야 전체적인 시너지를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