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은 ‘사법 리스크’, 정의선은 ‘파업 위기’
현재 양사 실적 좋아도 미래 기대감 낮아 주가도 약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 그래픽=시사저널e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 그래픽=시사저널e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기업 오너에게 회사 실적이 잘 나오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는 말은 지금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겐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각각 끝나지 않는 법적 리스크와 노조 파업 위기 등 호실적을 무색케 할 이슈들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 주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12조5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0%이상 늘었고 매출은 2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시장전망을 우회하는 ‘깜짝 실적’이다. 반도체 부문이 7억~8억원의 이익을 내며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역시 2분기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 시장에선 현대차가 2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제네시스 판매에 힘입은 미국시장에서의 선전이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위기가 전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나오는 들려오는 호실적이지만, 두 회사 오너들은 각자 현안으로 어느 때보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둘 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현 정권에서 상당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다. 사면 및 가석방은 기약이 없다. 내년에 출소해도 취업제한 규칙 탓에 경영 복귀가 어렵고, 프로포폴 의혹 재판도 새롭게 받아야 한다. 지금으로선 마땅한 반전 포인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의선 회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73.8% 찬성 하에 파업을 가결했다. 문제는 노조 측 요구사항 중 단순히 임금이나 성과급 인상만이 아니라 회사경영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결정이 쉽지 않은 것들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바로 만 64세 정년연장과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다. 노조 파업을 막으려면 정 회장으로선 위 요구사항에 대해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임금인상과 달리, 정년 문제는 다른 직군과 산업으로까지 번질 수 있고 청년 일자리 문제까지 끼어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약세를 보이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 행보도 눈길을 끈다. 복합적 이유가 있지만 정리하면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센터장은 “시장에서 삼성전자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는 당연한 것이 됐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움직이려면 단순한 분기 호실적이 아닌, 미래 실적 기대감을 갖게 할 만한 의미 있는 변화나 성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