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요구안 놓고 현대차 내부 직원들 반발 거세···젊은 세대 미래임금 및 신규 일자리 축소 우려
전기차 전환·코로나 시대 맞아 글로벌 車기업 구조조정···현대차는 오히려 인력 늘려
“1000만원 임금인상안에도 파업 강행은 명분 없어”···노조 집행부 밥그릇 챙기기용 도마

현대차 노조가 임금 인상 및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업계에선 노조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사진=이다인 디자이너
현대차 노조가 임금 인상 및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 강행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업계에선 노조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 사진=이다인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 채비를 마쳤다. 사측은 1000만원 상당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제시안이 미흡하다며 교섭을 최종 결렬하고 파업 준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3년 만의 파업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노조를 바라보는 업계 눈초리는 어느 때보다 따갑다. 여론은 물론, 현대차 내부 직원들과 업계 관계자까지 노조 파업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임금 인상을 이유로 매년 파업을 반복하던 현대차 노조가 전기차 전환 시대를 맞아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자, 노조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조합원 4만85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투표에서 73.8%의 찬성을 얻었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한을 얻게 된다.

앞서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성과급 30% 지급, 만 64세까지 정년 연장,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 성과급 100%+3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10만원 상당 복지 포인트 지급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거절했다.

이번 노조 요구안이 구체화되면서 현대차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현대차 노조에 대한 사무직·연구직 직원들의 반발은 수년전부터 거셌으며, 최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에서는 불만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노조가 정년 연장까지 하게 될 경우 MZ세대의 미래 임금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신규 채용도 축소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적인 반도체 대란으로 생산차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할 경우 기존 차량 공급은 물론, 하반기 신차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도 노조 요구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전날 ‘2020년 주요 자동차그룹의 R&D 투자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경쟁사 대비 낮은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 및 R&D 투자 규모에 대해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대차의 R&D(연구개발) 투자가 미흡한 이유에 대해 인건비 부담으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낮고, 이로 인해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현대차는 다른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시대 전환 및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한 데 비해 구조조정은커녕 오히려 인력을 늘렸다. 현대차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인력의 경우 2019년 6만9755명에서 2019년 7만421명, 2020년 7만2020명으로 증가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환에도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자연감소분에 따른 인력 조정을 계획했는데 이번 노조 정년 연장 요구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일각에선 이번 정년 연장 요구가 노조 집행부의 권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올해 1961년생 정년퇴직자 중 약 85%인 2000여명이 생산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2025년이면 베이비부머세대(1946년부터 1965년 사이 태어난 사람)가 모두 정년퇴직하는 상황에서 매년 2000여명의 생산직이 퇴직해, 올해부터 약 1만명이 회사를 나가게 된다.

현재 현대차 노조원이 약 5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5년내 20% 이상의 조합원이 빠지게 되는 셈이다. 생산직 중 50세 이상 비중이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년퇴직으로 인해 노조 힘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생산직의 경우 전기차 시대를 맞아 신규 채용 비중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정년 연장을 통해 노조 결속력을 높이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 연말 집행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강성 노조원들이 원하는 임금 인상 및 정년 연장안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가 임금 동결에 합의하자 일부 강성 노조원들의 경우 현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정치화·권력화 된지 오래며, 지도부는 노조원들의 실익이나 회사 발전보다 본인들의 임기 연장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회사가 연봉을 1000만원 이상 올려준다고 했는데, 노조가 이를 거부한 것은 이미 파업 명분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 노조가 추가 교섭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파업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무조건 파업하겠다는 것은 아니며, 사측이 추가 교섭안을 제시한다면 교섭에 다시 응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사측도 오는 8월초 예정된 여름 휴가 전 타결 의지를 보이고 있어 무분규 타결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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