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이어 라이나생명도 디지털 손보사 출범 준비
하나손보, 디지털 손보사 전환 위해 사옥 매각 추진
늘어가는 경쟁사에 고민 커지는 캐롯손보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국내 디지털 손해보험사 1호로 출범하며 디지털 손해보험 시장의 문을 열었던 캐롯손해보험의 고민이 심화되고 있다. 빅테크 업체와 외국계 보험사, 금융그룹 계열사 등 유력한 경쟁자들의 등장이 예고되면서다.
캐롯손보 입장에서는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되기 전에 시장 내 지위를 선점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향후 경쟁사의 시장 진입이 본격화될 경우 선두 지위를 다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카카오페이·라이나생명, 디지털 손보사 설립 추진…하나손보도 디지털 전환 ‘분주’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의 모기업인 시그나그룹은 최근 한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최종 승인하고 예비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출범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연내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보사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허가를 획득한 카카오페이 역시 연내 본허가를 목표로 본인가 신청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 손보사 인력 충원과 함께 관련 사업 구상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 중으로 본인가 신청에 나설 계획이라는 게 카카오페이 측 설명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 인력 일부를 포함해 연내 3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연내 본허가 획득을 목표로 사업을 준비 중이며 계획대로 연내 본허가를 마치면 내년 상반기 중에는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우선 생활밀착형 일반보험 및 미니보험 위주로 상품 라인업을 구축한 뒤 향후 자동차 보험, 장기 보험 등으로 디지털 손보사의 사업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손해보험도 디지털 손보사 전환을 위한 준비 작업에 분주하다. 우선 전산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디지털 손보사 전환을 위해 필수적인 전산 고도화와 플랫폼 고도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옥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며 “매각을 통해 마련된 자금은 디지털 손보사 전환을 위한 전산 시스템 고도화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플레이어 늘어가는 디지털 손보시장…캐롯손보, 실적 개선 암초 만날까
빅테크와 외국계 보험사, 금융그룹 계열사 등 디지털 손해보험 시장 내 플레이어가 늘어나면서 캐롯손해보험은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손해보험 시장 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면서 영업 환경이 더욱 혹독해질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캐롯손보는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로서 디지털 손해보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9년 출범 이후부터 현재까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캐롯손보는 지난 3월 말 기준 12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52억2400만원) 대비 137.9% 급증한 규모다.
강력한 경쟁사의 등장으로 캐롯손보가 향후 디지털 손보시장 내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수익성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쟁사들도 캐롯손보에서 주로 취급하는 생활밀착형 미니보험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만큼 차별화 전략을 내놓지 않으면 향후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손보사에서 취급하는 상품들은 주로 생활밀착형 보험이나 미니보험 위주로 이런 상품들은 대부분 소액·단기보험이라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며 “경쟁사가 늘어나게 되면 실적 개선에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