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5.79% 급락한 3만100원에 마감
주가 하락에 CB 주식 전환 기대 수익↓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CJ CGV 주가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약세를 보이면서 CB(전환사채) 실권주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기대와는 다른 상황 탓에 주식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아진 까닭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증가에 초점을 맞춰 수요 회복을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과 업황 회복 지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 CB 주식 전환 가능일 하루 앞두고 CGV 주가 ‘털썩’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CJ CGV 주가는 전날 대비 5.79% 급락한 3만100원에 장을 마쳤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에 콘택트(대면)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영화 상영 사업을 하는 CJ CGV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콘택트 업종의 대표격인 종목으로 분류된다.
CJ CGV 주가의 하락세에 기존 주주뿐만 아니라 CB 실권주 투자자들 역시 아쉬움이 커지게 됐다. CJ CGV는 지난달 3~4일 2113억원어치의 영구 CB(전환사채) 실권주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했다. 당시 CJ CGV 실권주 청약은 최근 IPO(기업공개) 청약 못지않은 열기를 보였는데, 청약 경쟁률은 76.8대 1을 기록했고 청약 증거금은 16조2000억원이 쌓였었다.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요인은 시장가 대비 낮은 전환가였다. 해당 CB의 주식 전환가액은 2만6600원으로 지난달 초 주가 수준인 3만3000원 대비 24% 가량 낮았다. 때마침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리오프닝(Re-Opening·경제재개)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였다. 실권주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시 시장가와 전환가의 괴리 보다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주식 전환 가능일을 하루 앞두고 악재가 커지면서 당장의 기대 수익률은 떨어지게 됐다. 이날 종가는 주식 전환가 대비 여전히 13% 가량 높지만 청약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상태다. 게다가 주식 전환 가능일인 이달 8일 매도 매물 출회에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이마저도 취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해당 CB의 경우 주가 하락 시 가격 리픽싱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리픽싱은 주가가 낮아질 경우 전환가격을 함께 낮추어주는 것으로 CB투자자에게는 안전장치로 작용하는 계약이다. 해당 CB는 CJ CGV가 시가 보다 낮은 발행가액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할 때에만 리픽싱되는 조항만 담겼다. 이에 만일 주가가 전환가 아래로 떨어질 경우 되레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 ‘장기 전망 밝아’ vs ‘수요 회복 불투명’
CJ CGV CB 투자자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CB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표면 만기 30년에 연 1%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또 이는 5년 뒤 CJ CGV가 조기상환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연 3%로 상향된다는 점에서 주식 전환 시점을 뒤로 미룰 수 있는 여력은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이 길어질 경우 기회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
결국 CJ CGV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들의 선택은 갈릴 전망이다. 우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CJ CGV가 리오프닝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 확대로 대면 활동이 활발해지게 되면 그동안 억제됐던 영화 관람 수요가 폭발하게 되고 이는 CJ CGV의 실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다수 증권사들 역시 연말이 될 수록 CJ CGV의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CJ CGV의 연간 매출 컨센서스는 지난해 대비 82% 증가한 1조668억원 수준에 형성 돼 있다. 영업적자는 790억원으로 지속될 것으로 봤으나 지난해 3887억원의 영업손실 대비로는 손실폭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선 본격적인 영화관 수요회복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소나기를 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박스오피스 관객 수는 2000만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8% 하락했다. 이번 3분기 역시 개봉일정이 정해지지 않은 상영작들이 다수인 데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악재까지 나와 수요 회복이 당장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개 신주 상장일이나 CB 전환 가능일에는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예정된 이벤트다 보니 공매도 수요가 많아지기도 한다”며 “향후 전망에 기대감이 크다면 당장 주식으로 전환하기보다 악재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나을 수 있고 실적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 주식 전환을 고려해서 기회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