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에게 차량 등 제공받은 의혹…‘렌트비 줬다’ 해명에도 의혹 이어져
김씨, 116억대 사기 혐의로 기소 상태…부장검사·총경·언론인 등 ‘청탁금지법’ 입건

박영수 특별검사. / 사진=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7일 사의를 표명했다. 박 특검은 렌트비를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해명했지만, 도의적 책임에 따라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수 어렵다며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특검은 7일 기자들에게 보낸 ‘사직의 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 특검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처신으로 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논란이 된 인물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이아무개 부장검사에게 소개해준 부분 등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특별검사로서 그 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특검검사보 2명 모두 오늘자로 사의를 표명했다. 특별검사 조직을 재편할 필요가 있고 특별검사 궐위시 특별검사보가 재판 등 소송행위를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부연했다.

박 특검은 “지난 4년 7개월간 혼신의 다해 국정농단 의혹사건 실체가 규명되도록 노력했다”며 “그러나 이와 같은 일로 중도 퇴직을 하게 돼 아쉽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일간지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가 지난해 12월 직원 명의로 포르쉐 차량을 열흘간 빌린 뒤 이를 박 특검에게 제공한 정황이 담긴 디지털 자료를 경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김씨가 특검팀에서 활동한 다른 법조인들에게 무더기로 고가 시계와 현금 등을 제공한 정황도 경찰이 포착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도 이후 박 특검은 “포르쉐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이틀 후 차량을 반납했고 렌트비 25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돈은 이아무개 변호사가 전달했는데, 박 특검이 김씨에게 법률자문을 위해 이 변호사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검이 차를 사용한 시점은 지난해 12월이지만, 대여비를 건넨 시점은 지난 3월로 확인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시점은 이미 김씨가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때다.

이 변호사는 “박 특검이 바로 봉투를 줬지만, 서랍 같은 곳에 넣어뒀다가 전달하는 것을 잊었다”며 “3월4일 대구의 한 일식집에서 김씨와 다른 지인 1명이 동석한 자리에서 (뒤늦게)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오징어 수산사업 투자를 미끼로 7명으로부터 116억2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배에서 잡자마자 얼린 ‘선동 오징어’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여 한 명 당 최소 5000만원에서 최대 86억여원의 투자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2016년 11월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교도소에서 알게 된 언론인 출신 송아무개씨와 그를 통해 알게 된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송 씨는 김씨에게 17억4000여만원을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고 송씨로부터 김씨를 소개받은 김무성 전 의원의 형도 86억4000여만원을 피해를 봤다.

김씨는 기소된 범행 외에도 현직 부장검사와 총경급 경찰관, 전·현직 언론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경찰은 김씨에게서 향응 등을 제공받은 혐의로 이아무개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와 배아무개 전 포항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종합편성채널 앵커 A씨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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