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재료 값 상승, 연내 라면 가격 상승 주장 많아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업계, 라면값 인상에 신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전 세계적으로 원재료·부자재 가격 등이 1년 사이 크게 늘어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서민음식 ‘라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1원 올리기도 쉽지 않아 라면업계는 인상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꿋꿋히 가격 동결을 고수하며 눈치싸움만 벌이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라면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라면의 주 원재료인 소맥(밀가루) 가격과 팜유 국제 가격이 올해 들어 큰 폭 상승해 원가 부담이 라면업계 내부에서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FIS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2017년 5월 1t당 158달러(한화 약 17만6700원)에서 지난달 260달러(29만760원)으로 상승했다. 4년 만에 100달러 넘게 오른 셈이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7월부터 참치캔, 햄, 과자, 우유 등이 두 자릿수 인상을 예고했지만 정작 라면은 수년째 동결을 유지하고 있다. 라면 3사 중 오뚜기는 2008년 4월부터, 농심은 2016년 12월, 삼양식품은 2017년 5월부터 라면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라면 3사(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실적 추이.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라면 3사(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실적 추이.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유통업계에서는 라면 시장 점유율 1위인 농심이 가격을 인상하면 같이 올릴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농심은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 그었다.

신동원 농심 부회장도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라면 값 인상 여부에 대해 “원재료 가격과 기름값이 올라 원가 압박이 있고 실적이 안 좋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필요하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년 째 동결 유지, 가격 인상 어려운 이유는

실제 라면 3사 내부에서도 가격 인상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다. 그러나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라는 이유로 쉽게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오뚜기가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철회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 2월 주력제품인 진라면 가격을 9% 인상한다고 했다가 철회했다. 당시 오뚜기는 라면 제품별로 평균 인상률 9.5%를 제시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라면은 소비자 물가지수 품목 중 가중치 2.4%를 차지하는 제품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에서 10위권 안에 들기 때문에, 라면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물가지수도 같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올해 먹거리 가격이 모두 상승했고 하반기도 우유, 과자 등 가격 인상이 예고된 상태라 라면 가격까지 상승하면 정부가 우려하는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은 큰 편”이라며 “라면은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을 올리려면 정부가 먼저 협의 요청이 들어오는 구조인데 아직 논의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라면의 주 재료 값이 고공행진 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원가 압박이 심해지고 있어 연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실제 라면업계 2분기 매출, 영업이익 모두 1분기 대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 곡물 가격은 통상적으로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재 업체 매입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라면 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하반기에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며 “원가 상승 부담으로 라면 업계의 연내 가격 인상 가능성은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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