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수수료 신설로 최대 104억원 수취···카카오페이로부터 받는 IPO수수료 '2배'
"전산부하에 따른 전산사고와 우수고객 반발로 청약수수료 수취 불가피" 해명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카카오페이가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물량을 전량 균등배정하면서 상장주관사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이 청약수수료 대박을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등 몇몇 증권사들은 공모주 열풍에 따른 전산장애를 핑계로 지난달부터 온라인 공모청약에 대해서도 2000원 수준의 청약수수료를 신설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카카오페이 청약 균등배정 물량이 50%에서 100%로 늘어나면서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의 청약수수료 수입 역시 두 배로 증가할 것이 유력해졌다.

향후 다른 증권사들도 청약수수료를 통해 막대한 부가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청약수수료 신설 근거로 제시한 전산비용 증가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각 증권사들이 수년간 전산운용비 내역을 살펴본 결과 모든 증권사들이 공모주 열풍과 관련 없이 분기별로 일정한 수준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다.

◇ 삼성·대신證, 균등청약 100%에 수수료 ‘대박’ 예약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사상 최초로 100% 균등청약을 도입하면서 상장주관사인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은 공모주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최대 104억원의 청약수수료를 수취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페이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총 공모주식수는 1700만주이고 희망공모가밴드는 6만3000~9만6000원이다. 공모금액은 1조710억~1조6320억원이다.

전체 공모물량 1700만주 가운데 425만주가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물량이다. 전체 공모물량의 20%를 차지하는 우리사주물량 가운데 미달분이 있을 경우 물량이 510만주까지 늘어날 수 있다. 청약신청은 삼성증권과 대신증권 가운데 한 곳에서만 접수할 수 있다. 29~30일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가 확정되면 다음달 4~5일 청약이 진행된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IPO 사상 최초로 전체 청약물량을 균등 배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규정상 전체 청약물량의 50%이상만 균등 배정을 하면 되는데 전량을 균등 배정하기로 한 것이다.

최소 신청단위는 20주다. 공모가가 희망공모가 최상단인 9만6000원으로 확정되면 증거금으로 96만원이 필요하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고액자산가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비례배정방식을 과감히 배제했다”며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기업 철학에 맞춰 청약증거금 100만원만 있으면 동등하게 공모주를 받을 수 있도록 청약물량 100%를 균등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진행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 당시 청약건수는 474만4557건이었다. 그보다 앞선 3월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당시에는 239만8167건이었다. 중복청약을 제외하면 카카오페이는 이번 100% 균등배정을 통해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1인당 1주가량을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100% 균등배정의 최대 수혜자는 공모주 투자자들이 아니라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증권사 모두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건당 2000원의 청약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만약 청약물량보다 많은 신청이 접수된다면 청약수수료로 삼성증권은 54억~65억원, 대신증권은 31억~37억원 가량을 벌 수 있다. 이는 두 증권사가 카카오페이로부터 받는 상장주관 수수료의 2배 수준이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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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약수수료 불만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달 중순까지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인건비를 근거로 청약수수료를 받았지만 온라인 청약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한국투자증권과 SK증권, 메리츠증권 등만이 온라인 청약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받았고 대신증권의 경우 CMA통장만 개설하면 온라인 청약수수료 3000원을 면제해줬다.

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삼성증권이 우대고객이 아닌 일반고객들을 대상으로도 온라인 청약수수료 2000원을 받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의 온라인 청약수수료 신설을 본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5일 청약부터 일반등급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청약시 건당 2000원의 청약수수료를 받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를 본 KB증권도 이달 23일부터 건당 1500원을 받는다고 밝혔다. 대신증권은 이달 19일부터 청약수수료를 3000원에서 2000원으로 낮춘다고 밝혔지만 면제 기준이었던 CMA계좌 개설조건을 삭제함으로써 사실상 유료화했다.

증권사들이 내세웠던 청약수수료 신설의 근거는 전산 부하였다. 공모주 열풍이 불면서 HTS와 MTS등이 먹통이 되는 일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테크놀로지 상장 당시에도 접속 폭주로 증권사들이 장애가 일어났다. 올해 1분기에 삼성증권은 전산사고에 따른 민원이 2건 접수됐다. 

청약수수료 부과와 관련해 증권사들은 공모주 투자만을 위해 계좌를 옮겨 다니는 고객들로 인한 자사 우수고객들의 불만과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전산장애가 일어나면 증권사별로 우수등급 이상 고객들이 불만을 성토한다는 것이다. 증권사로서는 큰 이익을 안겨주는 우수등급 고객들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들을 놓칠 경우 실적에서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속속 청약수수료 부과를 결정하면서 공모주 투자자들의 불만은 당분간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된 균등배정 등의 영향으로 공모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로서 주식을 배정받지 않은 고객들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는다“며 ”고객들의 이해를 당부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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