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최초 프리미엄 브랜드 달아달라’ 요청에 시공사 측 거절하자 술렁
조합 측 “공사 교체는 일부 주장···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은 협상 여지 남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에서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의 시공사 지위가 위태로워졌다.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던 일부 조합원이 시공사 해임 동의서를 받으며 덩치를 키우자 술렁이는 것이다. 조합은 지난 2009년 12월 시공사를 선정하고 약 10여년 간 시공사로부터 사업비를 대여해 오며 관계를 유지해 온 만큼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월곡1구역 비대위 측은 최근 조합원을 상대로 시공사 해임 동의서를 받고 있다. 롯데·한화건설 컨소시엄의 제안서가 마땅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갈등의 골은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에서부터 깊어졌다. 신월곡1구역은 재개발 후 해당 사업구역 내에 있는 미아리 텍사스촌이 없어지고 나면 길음역 초역세권이자 지상 47층 초고층 아파트 건립 등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것을 어필했다. 그러면서 한화건설에는 갤러리아 포레를, 롯데건설에는 르엘을 적용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시공사로부터 컨소시엄이라는 이유로 프리미엄 브랜드 적용을 거절당했다.
그러자 일부 조합원이 3.3㎡ 당 560만원이라는 높은 공사비에도 불구 프리미엄 브랜드를 달지 않는 것을 문제삼으며 타 건설사로의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대위 측은 이에 앞서 현 집행부가 롯데건설, 한화건설과의 해임 후 경쟁입찰 하기를 꺼리면서 조합원 재산에 손해를 끼친다는 이유로 올해 3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조합 집행부 해임 총회를 열었다. 다만 서면결의서와 참석자여부에 대한 파악이 정확히 되지 않은 만큼, 의결이 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시공사 교체에 대한 입장은 원주민과 최근 매수한 이들 간 차이로 양분화 돼있다. 이 사업지는 2009년 8월 말 조합설립인가가 났고 11년 만인 지난해 8월 사업시행인가가 났다. 원주민들은 사업이 오랜기간 지지부진했던 만큼 시공사 해임 총회, 경쟁입찰을 통한 재선정, 혹시 모를 법적다툼 등으로 기한이 늘어지는 걸 반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근래 수년 동안 매수한 신규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시공사 재선정 요구가 늘고 있다고 내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월곡 1구역 조합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요구했지만 시공사가 한차례 거절했다”며 “꾸준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고 협상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만일 시공사 해임이 결정된다면 롯데건설은 알짜사업으로 평가받는 흑석9구역에 이어 사업권을 획득한 곳에서 연거푸 일감을 잃게 된다.
다만 시공사 교체가 순탄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곳은 이례적으로 성북2구역과 결합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성북2구역의 용적률을 낮추고 신월곡 1구역의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신월곡1구역의 분양물량과 개발수익 일부를 성북2구역과 공유하는 형태다. 때문에 시공사 교체 등으로 사업시계가 멈춰 설 경우 시공사 교체에 반대하는 해당 조합원은 물론 성북2구역으로부터도 압박 받을 수 있다.
한편 프리미엄 브랜드 요구로 시공사 교체를 하는 사업장이 늘면서 건설업계에서는 하이엔드급 브랜드 론칭이 약 아닌 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규사업 수주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존에 수주해 둔 집토끼 지키기엔 실패하는 모양새”라며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과 분양가 조정 등의 요구가 커지면서 정비업계 내에서 시공사 교체 압박도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