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정도보단 지역 산업 구조에 따른 영향 더 크다는 분석
관광업 근간 제주 가장 큰 타격···“부진업종 정책 지원에 초점 맞춰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전국이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코로나 확산 정도보다는 산업 구조에 따른 영향이 더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관광업이 경제 근간인 제주 지역이 상대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비수도권의 피해가 크다는 점에서 지역별 경제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산업연구원의 ‘코로나 팬데믹의 국내 지역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광역 자치단체 중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지역내총생산(GRDP)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은 제주였다.

제주는 코로나 사태가 시작되면서 이전에 비해 GRDP 성장률이 약 9.0%p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충격 추정치 –3.7%p의 약 2.5배에 달한다. 제주에 이어 인천(-7.3%p), 울산(-5.9%p), 충북(-5.5%p), 대구, 충남(이상 –5.2%p), 부산(-4.2%p)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1.9%)이나 경기(-0.6%p) 지역은 상대적으로 작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경제적 충격의 지역별 분포는 지역별 코로나 확산 정도와는 별다른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은 반면 산업구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적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제주는 인구당 발병률이 전국 평균에 훨씬 밑돌았지만 경제적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서울은 인구당 발병률이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국가별 경제적 충격의 분포가 나라별 발병률이나 사망률 분포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란 지적이다. 국가 간과 달리 국내 지역 간에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사람이나 물자의 이동에 별 제약이 없어 감염병 확산의 지역별 차이가 경제적 충격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 사태로 집중 타격을 받은 업종의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GRDP 성장률 하락폭이 크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면형 서비스 업종인 음식숙박, 문화서비스, 운수업이 코로나 사태로 큰 타격을 받았다. 제조업 내에서는 석유석탄업종이 가장 부진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제주는 음식숙박업 비중이 6.6%로 전국 17개 지자체 중 가장 높고, 운수업과 문화서비스 비중은 전국 2위이다. 인천은 운수업 비중이 10.1%로 전국 1위이며 울산은 이번 위기로 가장 부진한 제조업종인 화학 업종(석유석탄 및 화학제품) 비중이 27.3%로 2위인 충남(12.8%) 와  두 배 이상 차이로 전국 1위이다.

경제적 충격이 큰 지역은 회복속도 역시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충격이 작았던 서울이나 경기지역은 올해 1분기 이미 위기 전 추세를 회복한 반면, 제주, 인천, 강원지역은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전 지역 경제흐름이 좋은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지다보니 추세적으로 꺾임이 더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관광객 감소로 인한 타격이 컸는데 최근 최근 내국인 관광객은 회복세인데 외국인 관광객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난지원금이나 지역화폐 등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이달부터 해외에서 백신을 맞은 재외국민에 대한 면제조치가 시행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2주 자가격리가 시행돼 제약 조건이 있다”며 “해외 관광객이 쉽게 늘어날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지역별 충격의 정도나 회복속도에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이 같은 지역 간 불균형이 지속되면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역별 충격의 정도나 회복 속도에 차이가 크고 주요 피해지역이 대부분 비수도권이라는 점에서 지역간 경제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역별 경기회복 추이의 모니터링을 통해 회복속도의 격차가 지속되면 이같은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정책 대응은 주요 부진업종 지원에 초점을 맞추거나 이와 별도로 주요 피해지역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의 두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피해지역은 이번 위기의 주요 피해업종의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 특징을 보인다는 점에서, 피해업종에 초점을 맞춘 지원을 통해 피해지역의 경기회복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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