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물적분할···투자자 실망에 삼성SDI로 대거 이동
LG엔솔 상장 전까지 삼성SDI가 사실상 유일한 K-배터리 상장사
2분기부터 전기차 배터리 흑자전환···스텔란티스 배터리 수주 기대도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부 분사 계획을 공개하면서 지난해 국내 증시를 달궜던 ‘K-배터리 3총사’ 가운데 삼성SDI만이 회사분할에 나서지 않고 있는 회사가 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K-배터리 3총사 가운데 현재는 삼성SDI만이 유일한 상장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미 배터리 사업부를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사한 LG화학이나 분사할 예정인 SK이노베이션에 지금 투자하는 것은 배터리 사업을 직접 겨냥하는 투자는 아닌 셈이 됐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당분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의 시선을 한껏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2분기부터 배터리 사업 흑자전환이 예상되고 이고 대규모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 삼성SDI, 배터리 투심 쏠리나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부 분사 계획을 공개한 이후 K-배터리 3총사 가운데 삼성SDI 주가가 가장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SDI 주가는 전날 2만6000원(3.72%) 급등한 72만4000원에 장을 마쳤고 이날도 1000원(0.14%) 하락하는데 그쳤다. 삼성SDI 주가가 70만원을 회복한 것은 올해 2월 이후 반년만에 최초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 2만6000원(8.80%) 급락한 26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고 이날도 반등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했다. LG화학 주가 역시 전날 5000원(0.59%) 하락했고 이날은 4000원(0.47%) 반등하는데 그쳤다.

이를 놓고 전기차 시장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 분사에 실망하고 대거 삼성SDI로 이동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일 서울 여의도에서 중장기 전략 발표 행사인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를 개최하며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부문 분사를 고민하고 있다”며 “IPO와 연계해 사업분할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 분사는 LG화학이 지난해 말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한 것과 비슷한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향후 IPO를 통해 외부투자를 유치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투자재원 확보라는 목적을 감안하면 분할 방법은 LG화학과 마찬가지로 물적분할 방식의 가능성이 높다”며 “분할 시점은 배터리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이 가파르게 개선될 내년 2분기를 염두에 뒀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부 분사계획 발표로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성장성 높은 사업부의 분할은 디스카운트 요인이며 단기적 센티먼트(모험적 투자심리) 둔화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단기적으로 주가는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2분기 배터리 흑자전환···유럽·미국 수주도 '유력'

K-배터리 3총사 가운데 삼성SDI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바라본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2분기에 매출 3조3800억원, 영업이익 2507억원을 내며 직전분기보다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88% 늘어날 것”이라며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개선을 주도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SDI 배터리의 흑자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SDI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차세대 배터리 'Gen.5'는 하이니켈 NCA 양극재와 실리콘계열의 음극재를 적용하면서 원가를 20%가량 낮췄고 한번 충전에 600km 주행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말에서 4분기초 사이에 에너지 밀도가 향상된 Gen.5 배터리가 양산되면서 삼성SDI의 수익성이 개선될 전망”이라며 “향후 Gen.5 배터리 비중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은 구조적인 흑자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SDI가 글로벌 4위 자동차메이커인 스텔란티스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도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한 회사로 이달 8일 전기차 비전 발표 행사인 EVDAY를 열고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앞서 스텔란티스는 2025년까지 유럽과 북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모델의 90% 이상을 전기차로 구성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황이다. 스텔란티스가 2024년까지 30조원에 달하는 배터리 물량(28GWh)을 발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브랜드인 피아트의 전기차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관계를 이어오고 있기에 수주경쟁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과 협력도 점쳐지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최근 미국 시장 진출계획을 밝힌 상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 시장은 국내 업체들의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