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실익을 놓고 줄다리기 하는 현대차 노사
햇수로 3년째 반복 중인 현대重 노사···울산 장기파업 우려도 나와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울산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이 나란히 파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나흘 간 8시간씩 전면파업을 결정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 노조도 임단협 결렬로 파업을 준비 중이다. 사정은 다르지만 양측 모두 회사와 이견을 좁히기 힘든 모양새여서 울산에 드리운 ‘파업의 그림자’도 쉬이 걷히기 힘든 양상이다.

현대차 파업은 지난달 30일 열린 금년도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면서 수면 위로 부상했다. 교섭결렬 직후인 1일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회사는 언제든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면서 “투쟁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경쟁을 준비해달라”고 촉구했지만 노조가 심드렁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현대차 파업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유력시된다.

하 사장의 메시지를 보면 현대차 측은 3년 내 최고수준의 임금과 지난해 최종 타결액을 넘어서는 성과 일시금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사측의 이번 제안이 ‘1차 제시안’임을 감안하면 협상 과정에서 이를 상회하는 보수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노조가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정년연장이 있다. 현재 노조는 만 60세인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해 줄 것을 요구 중이다.

사측이 즉각적인 임금인상을 제시했다면, 노조는 안정적인 추가 4년 치 연봉을 놓고 저울질 중이란 의미다. 문제는 완성차업계의 판도다. 완성차 패러다임이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변화하고 있다. 내연차는 복잡한 엔진기관이 핵심이지만 전기차는 배터리가 그 자리를 대체한다. 자연히 제조과정이 간략해지게 되는데, 제조과정에서 지금과 같이 많은 인원이 필요치 않다는 의미로 귀결된다.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전환 시 기존대비 30% 이상의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르노·GM·BMW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인력감축에 돌입한 배경에도 추후 2~3년 내 전체 라인업에서 차지하는 전기차 비중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현대차는 즉각적인 인원감축 대신 채용을 줄이면서 정년에 따른 자연스러운 인력조정을 추진했다. 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는 현대차와 쟁점은 다르지만 풀기 힘든 구조라는 점에선 궤를 같이 한다. 특히 이곳 노사의 경우 2년 넘게 반목을 이어오고 있어 갈등의 골마저 더욱 깊은 게 사실이다. 현대중공업 총파업은 현 집행부 출범 후 처음이다. 노조는 2019년과 지난해 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부결됐음에도 사측이 교섭을 재개하지 않음을 파업 이유로 설명했다.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중간지주사 설립을 위해 기존 현대중공업을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인수 자체를 반대한 노조가 인적분할을 저지하기 위해 임시주총장 한마음회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고, 회사는 주총장 긴급변경 절차를 통해 분할을 가결했다. 분할에 따른 존속법인 사명은 ‘한국조선해양’으로 신설법인 사명을 기존과 동일한 ‘현대중공업’으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부터 임단협이 결렬되고 있다. 올 2월과 4월 노조 집행부가 2019년과 지난해 2년 치 통합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바 있다. 노조 내부에서 교섭안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사측도 미온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게다가 금년도 임단협까지 총 3년 치 교섭이 예정돼 있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심사도 막바지여서 합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택배파업 당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참여도를 기록했던 지역이 울산일 정도로 노동계가 강성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면서 “울산이 강성노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온 곳이 현대차·현대중공업 등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는 단순한 입장차가 아닌 중·장기적 실익을 둘러싼 대립이고, 현대중공업은 회사로선 돌이킬 수 없는 결정에 노조가 지속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케이스다”면서 “두 회사 모두 쉬이 합의점을 모색하기 힘들 것이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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