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안정 해법은 공급 확대···근로소득 외엔 불로소득이란 인식 부적절”
“청년 주거 문제, LTV 완화로 풀어야···8호선 판교~서현~오포 연장 힘쓸 것”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내 집 마련이라는 국민의 기본적 욕구에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중대 기로에 서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조세와 금융을 망라한 강력한 규제책을 시행해 왔다. 투기 세력에 타격을 가해 집값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였지만 시장은 정부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서민 주거불안과 양극화 등 여러 문제들이 불거졌다. 이로 인해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최근 당정을 중심으로 변화 조짐이 엿보인다. 3기 신도시와 공공재건축 등 공급에 방점을 둔 대책과 함께 세제 완화도 논의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50)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사저널e와 인터뷰에서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수급 불균형과 함께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한 정책 때문”이라며 “집을 갖고자 하는 욕망을 이념에 따라 재단해 선과 악으로 갈라놓은 것이 지금 국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게 된 발단”이라고 진단했다.
“국토교통부의 주거 정책을 면밀히 들여봐야 지역구인 분당과 판교, 나아가 대한민국에서 주거환경 개선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상임위원회를 국토위로 선택했다”는 김 의원은 “재개발, 재건축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공공재개발·재건축 만이 선이다, 혹은 민간 재개발·재건축만을 우선시하고 토지 개발이익을 시장이 독식하는 구조 둘 다 바람직하지 않으며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나 국토부가 지나치게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협의를 거치지 않고 밀처붙여서는 안 된다”며 “생애 첫 주택에 대해서는 상환능력이 가능한 수준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과감하게 풀어 청년 주거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집이 없는 국민은 집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집을 가질 수 없는 형편이라면 내 집이 아니더라도 편안하게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어 가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특히 국토부의 주거 정책은 약자는 더 약해지고 강자는 더 강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 모두에겐 소망이 있다. 가족이 있다면 더 나은 곳에서 더 나은 환경에서 같이 살고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꿈이 있다. 이건 이념의 경계 위에 있지 않다. 어느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소박한 바람이고 자연스런 욕망이다. 이런 본능의 영역을 이념으로 재단한 것이 문재인 정부 정책의 폐단이다. 김수현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집을 하나 보유한다면 그 보유를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서 투표 성향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는데 여기서부터 (부동산 정책이 아닌) 부동산 정치는 시작됐다. 집을 갖고자 하는 욕망을 이념에 따라 재단해 선과 악으로 갈라놓은 것이 지금 국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게 했던 발단이다.
-집값 상승세가 멈추질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부동산은 여러 순환곡선을 타기도 하지만 결국 심리다. 내 집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면 수요가 몰릴 것이다. 그 수요만큼 공급이 충분히 된다면 불안감은 해소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요가 몰려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지난 4년간 집값이 뛰어오른 것은 바로 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정부 정책이 먹히질 않자 규제 완화와 공급확대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를 내세운 오세훈 후보가 당선됐지만 집값은 개발 기대감이 이는 지역을 중심으로 또 들썩이고 있다. 결국 규제 완화도 해법은 아니란 얘기 아닌가.
아직 규제 완화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 시장이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나 고 박원순 시장 때 주택 공급을 할 적시, 적기를 놓쳤다.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해 모든 것이 막혔다. 10만채 가까운 집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놓친 상황이다.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9억이 넘는다. 서울 집값이 이렇게 올라갈 때까지 서울에 공급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서울에 다시 도심 재개발, 재건축을 시도하겠다고 하지만 그건 아직 용지도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을 짓겠다고 하는 미래의 일을 얘기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1, 2년 안에 공급이 되는 계획이 아니다. 모든 게 뜬구름 잡기 식의 공급 대책이었을 뿐이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주택공급 정책에 개입할 게 있고 개입하지 않을 게 있다고 생각한다.
용적률 규제 완화나 고층 높이 규제 완화에 대해서 조례가 있었지만 그 조례 또한 시장과 시의원의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 늘 갈등으로만 갔지 주민 불편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지는 못했다.
-재건축, 재개발 예정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개발 이후 큰 시세 차익을 거두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취하는 이익에 대한 환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도 세금으로 환수하고 있다. 집을 사려면 취득세를 내고 살자니 보유세를 물고 팔자니 양도소득세를 납부한다. 또 집을 주자니 증여세를 물고, 혹 내가 세상을 뜬다면 상속세를 낸다.
종부세의 경우도 보유세냐 부유세냐 얘기할 정도로 당초 취지, 즉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소득 재분배 효과를 주고 있느냐는 부분에 있어 정부 여당도 헛갈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무조건 모든 유형의 자산, 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물고자 하는 건 지나치게 국가 우선주의이다.
-토지는 공공재인가, 아니면 사유재산으로 봐야 하나.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은 보장돼야 한다. 예전에 사회가 진보함에도 워낙 빈곤하고 주기적인 경제 불황이 오면서 토지의 사유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래서 그 토지의 독점에서 발생하는 모든 지대, 이른바 불로소득을 세금으로 징수하자는 취지의 주장이 ‘토지단일세’라는 헨리 조지의 이론이었다.
그러나 조지의 이론을 적용한 중국만 하더라도 40년 뒤, 70년 뒤 내 토지가 국가에 귀속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부동산 투기가 횡횡하고 가격도 급등했다. 토지공개념을 헌법으로 규정한 중국에서 마저 토지 자체를 국가가 소유하고 국가가 그 지대를 환수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신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1990년대 토지공개념 관련 제도를 시행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개발이익환수제를 제외한 나머지는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법적으로든 국민의 공감대로든 크게 재론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자산 불평등을 야기하고 이는 결국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우리나라 경제 활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불로소득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매겨야 한다.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결정이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세제는 추가 소득이 없어도 자산을 갖고 있으면 그 자산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현실화 되지 않은 이익을 가상화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이것이 헌법에 불합치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불로소득이 땅에 의한 것, 혹은 노동에 의한 소득이 아니라면 정당하지 않다라는 뜻이라면 그건 지금 시대에선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이 노동으로 인한 소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땅에 의한 소득도 있고 자본에 의한 소득도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자신이 일한 만큼 노력한 대가를 받아가고 또 자기가 토지나 건물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하고 그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가는 것에 대해 이념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질문은 맞는 얘기다. 최근 상위 10% 집값이 하위 10% 집값의 40.9배로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는 통계 발표만 봐도 알 수 있다. 근데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집값을 올린 게 국민들은 아니다. 정부가 최근 재산세율을 낮춘다고 했지만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워낙 급격하게 설정해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재산세는 크게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지금 9억 정도 평균을 봤을 때 40% 이상 재산세가 올라갔다. 자신이 추가 소득 없이 자산을 갖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정부가 정정을 해야한다.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부동산, 자본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부동산은 공급을 늘려줘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급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공급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그 집에 들어가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었다. 이주까지 완료된 공급은 5, 6년 전 인허가를 내줬기에 가능한 것이다. 5, 6년 전은 전 정부 시기다. 실질적으로 공급이 늘어난 게 아닌데 국민들에게 겉으로만 포장해 마케팅하면 안된다.
자본 양극화 같은 경우 기술 집약형, 수출 주도형이었던 과거에는 자본 소득이 우리에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4차산업혁명과 함께 보이지 않는 가상 재화에 대한 투자로 인해 자본소득 격차가 늘어나고 있다. 지금 사무직 노동자의 경우 연봉이 계속 지체되고 고용 비율도 줄어들고 있다. 이는 노동 양극화라는 건 집적된 기술, 고도화된 기술 보유 유무에 따라 지금 노동자들이 높은 월급을 받을지, 아니면 낮은 임금에 시달릴지 결정된다는 걸 뜻한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이 보다 고도화된 기술 재교육 등 원하는 교육을 받아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인프라나 환경을 제공해줘야 한다. 또 그런 산업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해야 한다.
-집값이 너무 오르다보니 청년층의 경우 일부 고소득층을 제외하고는 부모 도움없이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지역에 아파트를 장만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택정책에 있어 생에 최초에 대해서는 정부가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 싱가포르는 우리의 주택기금과 같은 청년 모기지라는 걸 시행하고 있다. 일정 정도 자신의 종잣돈을 넣게 되면 나머지는 주택기금을 통해서 청년에게 집을 마련해주고 30년이든 40년이든 차곡차곡 자신이 평생 갚게 하는 제도이다. 최근 민주당을 통해서 이같은 제도가 곧 시범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LTV 같은 경우는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훨씬 공격적이고 전면적으로 풀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외에 내가 집을 사고 싶어 대출을 받으려고 할 때 정부가 30~40% 이상 안 된다고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대출 신청자가 상환 여력이 있는지는 금융기관에서 제일 잘 안다. 그래서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청년이든 누구든 생애 첫 주택에 대해서는 LTV를 과감하게 풀어줘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일부 호텔을 리모델링해서 청년들에게 아주 작은 규모나마 월세집을 마련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안암생활’이 대표적인데 호텔에서 찾기 어려웠던 식사를 제공받는 것을 비롯해 집에 근접한 주거환경을 누리고 월세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만 부담한다. 좋은 방향이지만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 현재는 LH가 호텔을 매입하는 형식인데 LH도 부담되고 호텔도 헐값에 넘겨주는 그런 고통스런 부분을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호텔업을 더 지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 얼마든지 1인 주거용 오피스텔이든 안암생활2를 만들 수 있다. 자발적으로 동기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조건 정부가 사들이고 정부가 모든 걸 다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LTV 완화를 한다는 건 결국 빚을 내 집을 사는 것이다. 부담이 줄어드는 건 아니지 않나.
맞는 얘기다. 그런데 예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도 그랬고 지금까지 이른바 586세대에서 지도층을 형성한 인사 상당수가 빚내서 집샀다.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도 빚내서 집을 차곡차곡 올렸다.
월세, 전세를 살다가 돈을 좀 모으고 대출금을 좀 받아 자신의 집을 좀 갖는 예전 우리가 생각했던 상승의 사다리가 지금 청년들이나 무주택 서민들에겐 꿈같은 얘기가 돼버렸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전혀 상상을 못할 일이 돼 버렸다. 대출을 갚을 여력이 있는 사람들, 또는 대출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금융기관의 판단이 있을 것이다. 또 집을 단기간에 팔아 시세차익을 노릴 위험이 있다면 대출을 해줄 때 일정부분 조건을 걸 수도 있다.
-예비타당성조사제도가 도입 이후 점점 제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가재정법 상 예타 면제 조항을 삭제해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딱 잘라서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예타 면제가 필요한 사업이 있고 면제해선 안 되는 것들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예타 면제 조건이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국가가 예타면제를 시키면서 지자체에 마치 떡고물을 나눠주고 시혜를 베풀 듯이 정책적 필요에 의해 견제장치 없이 이뤄지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정부가 원하는 모든 사업을 예타 면제로 가면 안된다. 마구잡이로 공약 남발하는데 예타 면제가 활용돼선 안된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예타도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KTX 강릉선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두 시간 만에 강릉에 도착하는게 가능해졌다. 관광하는 사람이나 지역 주민들에게는 편익이 증대됐지만 또 한편으로는 목적지를 가기 전 중간지역은 숙박업소 이용객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도 KTX가 지역균형발전에 120% 순기능을 형성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 보완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이다.
-8호선 연장 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숙원사업이다. 8호선 연장은 모란~판교, 판교~서현~광주 오포 등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모란~판교 구간은 사전타당성조사를 마치고 지난 2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예타를 진행하고 있다. 3.8km 구간에 4000억원 정도 예산이 투입되는데 정부가 그간 했던 연장사업과 비교했을 때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사업이라고 보고 있다.
대도시가 있고 그 뒤에 도시가 계속 생길 때 비슷한 규모로 도시가 계속 생김에도 불구하고 위쪽의 도시에만 사회간접자본(SOC)가 집중되고 아래에 비슷한 규모의 인구, 즉 우리처럼 모란, 판교, 서현, 광주 오포 등 8만~10만의 비슷한 인구가 있음에도 전철은 연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도시 기능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오히려 왜곡되고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도시에 활력을 넣기 위해서는 주거지만 확충하는 게 아니라 그 주거지로 인해서 교통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손과 발이 될 수 있는 지하철, 인프라를 깔아줘야 한다. 판교~서현~오포를 잇는 8호선 연장이 지금 위에 모란~판교 보다는 속도가 좀 더디지만 반드시 함께 연결돼야 한다. 사전타당성조사가 이달 중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결과를 갖고 국토부와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려고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