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재단 설립·병원 운영 크게 관여···투자자 아냐”
변호인 “왜곡된 수사···실형 선고도 형평성 위배” 반발
윤석열 “법 적용에 예외 없다”···347억 잔고위조사건 남아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 씨가 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요양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 씨가 2일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22억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받은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법원은 장모 최씨가 손해를 본 투자자가 아닌 의료재단 설립과 의료법인 운영에 개입한 '공범'이라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정성균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등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선고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정구속했다.

◇장모 최씨 동업자들과 ‘공범’ 판단···“주도적인 역할”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요양병원 범행에 피고인의 책임이 있느냐는 것이다”며 “인정되는 사실관계를 통틀어 보면 의료재단 설립 등에 피고인이 크게 관여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장모 최씨가 ▲병원 건물 계약시 정면에 등장하는 점 ▲병원 운영과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에 최씨가 관여한 정황이 있는 점 ▲윤 전 총장 외 또 다른 사위를 병원 행정원장으로 취직 시켜 직원채용 등에 관여한 점 ▲병원 X-ray 구입에 관여한 점 ▲병원 운영 자금 조달에 관여한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실들을 토대로 봤을 때 피고인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행동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료법인 설립과 법인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장모 최씨가 과거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동업자들과 ‘공범’으로 판단되면서, 의료법위반이나 사기 등 혐의 역시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피고인의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모 최씨의 과거 동업자 3명은 지난 2015년 재판에 넘겨졌고, 2년 뒤 주범은 징역 4년이, 나머지 2명은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 각각 확정됐다.

양형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요양급여는 환수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사건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대부분이 환수되지 않은 상황이다”며 “국민건강보험의료 재정을 악화시키고 국민 전체에게 피해가 도달한다는 점에서 그 책임 중하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재단 및 병원 설립과 유지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했고 사위를 통해 병원 운영에도 깊이 관여했는데, 피고인의 기여가 없었다면 공범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운영에 관여한 탓에 그 결말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은 설립 초반 발을 빼기로 결심하고 투자금 회수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중단시키거나 피해 확산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은 오히려 책임면제각서를 받는 등 자신의 책임을 은폐축소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일부 투자자의 투자금은 피고인의 투자금을 회수에 쓰이는 등 피해는 더욱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죄질도 불량하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공범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이 재판에 이르기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편취한 금액이 22억원에 이르는 등 그 범행 규모가 크다”고 했다.

실형 선고 이후 장모 최씨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법정구속 사실을 누구에게 알려야 하느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변호인에게”라고 짧게 답했을 뿐이다.

방청객 일부는 “정치적 재판이다.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방청권을 얻지 못했던 한 시민은 법정 밖에서 “사법부가 잘했다”고 말했다.

◇ 변호인 “검찰의 왜곡된 수사 유감···75세 노인이 증거인멸하나” 반발

선고 직후 장모 최씨의 변호인은 이례적으로 긴 언론 인터뷰를 진행했다.

변호인 손경식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억울함과 공소제기의 위법함을 열심히 설명했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만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여 법정구속까지 했다”며 “후속 조치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합당한 판단을 받기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검찰을 향해 “공소 제기 과정에서 나타난 수사기록 노출 등이 있었고, 왜곡된 수사에 대단히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은 증인에게 대단히 고압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답변을 할 때까지 질문을 반복했다”고 주장했다.

실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서도 그는 “관련사건에서 동업 계약을 했던 사람들은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장모 최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의 양형 기준이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75세이고 ‘특수한 사정’이 생긴 사람이 어디로 도주할 수 있겠는가. 법률가로서 대단히 동의할 수 없는 무리한 판단이다”고 말했다. ‘특수한 사정’은 사위 윤 전 총장이 정치참여를 선언하고 대선후보로 오르내리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 표현으로 풀이된다.

끝으로 손 변호사는 “당연히 항소하겠다. 피고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낸 사람도 다 피해자로 판단됐고, 피고인도 실질적 피해자다”며 “피고인이 도피할 이유나 목적도 없다는 점을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법 적용에 예외없다” 입장 내

이날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윤 전 총장은 대변인실을 통해 “저는 그간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다”는 짧은 입장을 냈다.

대변인실은 불과 5시간 전 “오늘 선고하는 가족 관련 사건 결과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 법률대리인들이 입장을 낼 계획이다. 대변인실에서는 별도로 입장을 말씀드릴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장모 최씨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동업자 3명과 의료재단을 설립한 뒤 2013년 2월 경기 파주시에 요양병원을 개설·운영하는데 관여하면서 2015년 5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장모 최씨는 당시 공동 이사장이었으나 2014년 물러나면서 병원 운영에 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책임면제각서’를 받았다는 이유로 입건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초 사업가 정대택씨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황희석 최고위원 등이 최씨와 김건희씨, 윤 전 총장을 각종 혐의로 고발, 재수사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재수사 끝에 최씨를 의료법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의정부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최씨가 2015년 당시 입건되지 않은 과정에 윤 전 총장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도 조사했지만, 사실로 확인 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전 동업자 안아무개씨와 2013년 4∼10월 경기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공모해 모 은행에 347억원을 예치한 것처럼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최씨의 ‘추모공원 납골당 사업권 편취 의혹’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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