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몸값 4조5000억원 가량 낮아져
비교기업서 디즈니·워너뮤직그룹 등 빠져···실적 산출 방식도 변경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 /그래픽= 김은실 디자이너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 /그래픽= 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이 몸값을 낮춰 IPO(기업공개) 시장에 나온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 확산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상 몸값은 공모가 상단 기준 24조3510억원으로 당초 제시한 몸값 보다 4조5000억원 가량 낮아졌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이날 수정된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했다. 크래프톤은 당초 45만8000~55만7000원으로 제시했던 희망 공모가 밴드를 40만~49만8000원으로 낮췄다. 이에 따라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최대 예상 시가총액은 기존 28조8337억원에서 24조3150원으로 낮아지게 됐다. 

이번 공모가 조정은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크래프톤의 고평가 논란은 기업 가치 산출을 위한 비교기업 선정에서부터 발생했다. 크래프톤은 기업 가치 평가에 총 7개의 비교 대상 기업을 선정해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을 토대로 기업 가치를 평가했는데 7개의 기업 속에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 게임 업체가 아닌 기업들이 포함됐다. 

표=이다인 디자이너.

회사 측은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들었지만, 게임 업체인 크래프톤과 디즈니를 직접 비교한다는 점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PER 배수가 88.8배인 디즈니를 끌어왔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크래프톤은 PER 배수를 산출하기 위해 활용한 순이익 산정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크래프톤은 올해 1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에 단순히 4를 곱한 연환산 순이익을 활용했다. 기업 가치를 산정할 때 활용하는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디즈니와 엔씨소프트 등 주요 비교 기업 일부가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부적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닝 쇼크를 기록한 비교 기업의 PER 배수가 높아져 기업가치 산정에 유리한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크래프톤은 비교기업과 PER 산출을 위한 실적 산정 방식을 바꿨다. 이번 정정신고서에서 제시한 비교기업은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4곳이다. 앞서 포함됐던 넷이즈·액티비전블리자드·일레트로닉아츠·테이크투인터랙티브 등 해외 게임사와 월트디즈니·워너뮤직그룹은 제외됐다.

표=이다인 디자이너.
표=이다인 디자이너.

여기에 PER 산출을 위한 실적 산정 방식도 지난해 온기 실적과 올해 1분기 실적을 연환산한 수치를 산술평균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1분기 실적만을 연환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왜곡을 보완한 것이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에 적용된 비교기업 PER 배수는 기존 45.2배에서 40.4배로 낮아지게 됐다.

크래프톤의 상장 일정도 뒤로 미뤄지게 됐다. 정정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이달 14~27일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후 오는 8월 2~3일 일반 청약을 거쳐 8월 중 상장할 예정이다. 공모물량은 865만4230주(신주 562만4000주, 구주 303만230주)다. 대표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이다. 크레디트스위스·NH투자증권·씨티글로벌마켓증권·JP모건은 공동주관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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