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람아파트에 적용 언급···“한강변 대단지, 홍보 효과”
코오롱·강촌도 물밑 작업···4000가구, 디에이치 타운 기대

현대건설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 첫 적용 단지인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 전경 / 사진=현대건설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현대건설이 전통 부촌인 용산 이촌동에 리모델링 깃발을 꽂기 위해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이 아닌 리모델링 사업장에 디에이치가 등장한 사례는 최초다. 리모델링 수주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자 고급 브랜드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 단지에 자사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 적용을 검토 중이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촌역과 붙어있는 2036가구 대단지인 데다 한강변에 위치한 입지로 브랜드 홍보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12일 열린 현장설명회에 단독으로 참여해 디에이치 도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촌동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한가람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2036가구에서 2341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리모델링 조합설립 주민 동의율이 50%로, 조합설립 요건 66.7%를 눈앞에 두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는 다음 달 조합을 설립하고 연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리모델링 단지에서 디에이치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남3구역,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개포주공1·3·8단지 등 굵직한 재개발·재건축 현장에만 디에이치 브랜드를 부여했다. 지난 5월 수주한 용산 한남동 ‘한남시범’(120가구)에 디에이치를 적용하는 등 소규모 재건축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지만, 리모델링 시장에선 기존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만 사용해 왔다.

업계에선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드는 건설사들이 늘어남에 따라 고급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리모델링 전담 조직인 ‘리모델링 영업팀’을 출범했다. 이후 리모델링 전문 인력을 꾸준히 늘리는 등 재건축·재개발 못 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사업성과 상징성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이촌동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모양새다. 

이촌동 리모델링 시장에 아파트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도 디에이치가 등장한 배경으로 꼽힌다. 포문은 롯데건설이 열었다. 롯데건설은 한가람아파트 인근 ‘현대맨션’ 리모델링을 수주하면서 자사 고급 브랜드인 ‘르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이촌동 일대 리모델링 단지 주민들 사이에선 고급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한가람아파트 옆 단지인 ‘이촌코오롱아파트’(834가구)에도 디에이치를 적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촌코오롱이 지난달 초 리모델링 조합설립 요건인 주민 동의율 66.7%를 달성하자, 디에이치 로고가 새겨진 축하 현수막을 달기도 했다. 이촌코오롱을 수주할 경우 바로 옆 단지인 강촌아파트(1001가구) 수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촌코오롱과 강촌은 지난해 8월 통합 리모델링 협약을 체결했다. 모든 계획이 완료되면 4000가구의 디에이치 타운이 형성될 수 있는 셈이다.

이촌코오롱 리모델링 추진위는 이달 9일 조합설립 창립총회를 열고, 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현대건설 외에도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건설 등이 창립총회 개최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촌동 리모델링 단지 주민들 사이에선 고급 브랜드 유치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래미안·자이·더샵 등 경쟁사 아파트 브랜드에 비해 디에이치가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강한 만큼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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