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위 간 가격차이 큰 영향, 중흥건설에 일종의 특혜 지적 불가피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이하 KDBI)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재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1·2위 간의 가격 차이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중흥건설을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해 놓고 다시 입찰을 진행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자칫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는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재입찰을 결정했다. 재입찰은 2일 진행된다.
KDBI는 지난달 25일 대우건설 본입찰 일정을 마쳤다. 중흥건설은 본입찰에서 2조3000억원을, DS네트웍스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중흥그룹은 가격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며 우선협상대상자로 내정됐다.
그러나 KDBI는 돌연 재입찰을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재입찰 뒷배경에 중흥건설의 항의가 있었을 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본입찰이 임박한 지난달 말 호반건설이 막판에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흥건설이 우선적 지위를 갖기 위해 파격 배팅했기 때문이다. 중흥건설과 호반건설은 호남 지역에 기반을 둔 대표적 건설사로 두 회사 모두 대기업 반열에 오르며 경쟁구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막상 뚜겅을 열어보니 호반건설은 인수전에 불참했다. 결국 중흥건설과 DS네트웍스 컨소시엄 두 후보자간 입찰 가격차만 벌어졌다.
KDBI는 우선협상자인 중흥건설에 가격 조정의 배타적인 기회를 주게 되면 DS네트웍스 컨소시엄이나 대우건설 노조 측을 통해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는 점을 우려해 재입찰을 실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재입찰 자체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KDBI가 애초에 재입찰 계획을 밝힌 바 없기 때문에 졸속 일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실제 입찰에 참여한 회사가 여러 사정을 고려해 높은 가격을 써 낸 우협대상자가 됐음에도 재입찰로 가격을 내린다는 게 매우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특히 중흥건설에 대우건설을 안겨주면서 가격을 낮춰주기 위한 요식행위로 비춰질 소지가 다분한 것이다.
DS컨소시엄이 재입찰에 응할지도 미지수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특혜 논란이 확산될 경우 3년 전에 이어 대우건설 매각이 또 불발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매각과정이 깜깜이 입찰이라며 비판해온 대우건설 노조는 을지트윈타워 사옥 앞에서 자사 매각 반대를 주장하는 시위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