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신기술금융 자산 증가했지만···전체 투자 규모의 2.5% 불과
우리·하나·비씨카드 등 투자 실적 없거나 집행 중단
“단기간에 수익 내기 어려워···수익성 가시화까지 시간 필요”

1분기 기준 주요 카드사 신기술금융 자산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1분기 기준 주요 카드사 신기술금융 자산 현황/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신기술을 가진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신기술금융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카드업계는 아직 관련 투자에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8개 전업 카드사 중 7개 카드사가 신기술금융업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주요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 자산을 취급하지 않거나 취급하더라도 미미한 규모에 그치면서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신기술금융 자산은 315억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34억3600만원) 대비 34.4% 늘어난 규모다.

신기술금융이란 장래성이 있지만 자본 및 경영 기반이 부족한 스타트업, 벤처기업 등 신기술사업자에게 직·간접적인 투자, 융자, 경영 및 기술 지도 등을 제공해 기업을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수익을 취하는 사업을 의미한다.

카드사들의 신기술금융 자산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 실적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61.1% 증가한 1조2455억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카드사의 투자 규모는 전체의 2.5%에 불과한 셈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카드의 신기술금융 자산이 183억1600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카드업계 전체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뒤이어 신한카드 83억5900만원, KB국민카드 30억2800만원, 롯데카드 18억원 순이었다.

현재 전업 카드사 8개 중 삼성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가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카드사들이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신기술금융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씨카드는 신기술금융 라이선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투자 집행 실적이 집계되지 않고 있으며, 우리카드의 경우 2020년 2분기부터 신기술금융 자산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하나카드 역시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 투자 실적이 끊긴 상황이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업을 영위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음에도 관련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배경에는 신기술금융업이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사업이라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신기술금융업을 영위하는 카드사 중 올해 1분기 관련 순익을 올린 카드사는 신한카드뿐이었으며, 그마저도 9억5700만원에 불과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기술금융업은 아직 사업 초기 단계”라며 “투자를 받은 기업이 성장해서 추후 이익 실현을 해야 관련 수익이 잡히는데 아직 투자 회사들이 성장 단계에 있기 때문에 당장 수익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식 투자처럼 단기간에 수익성이 드러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수익 실현까지 호흡이 길다”며 “장기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조금씩 수익이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는 과정이 쉽지 않다는 점도 카드사들이 신기술금융 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업내용과 성장성 등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적정한 기업을 선정해야 한다”며 “투자할 만한 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이에 대한 노하우라든지 분석역량 등이 어느 정도 내재화돼야 하는 만큼 신기술금융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