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수주잔고 ‘1테라와트+α’ 밝혀···“글로벌 3위 진입 내년에는 현실화”
‘플라스틱→석유’ 新유전사업 계획···“기후대응 성과, CEO 연봉과 도직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연단에 오른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연단에 오른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SK이노베이션은 카본(탄소)에서 그린 중심으로 개편된다. 핵심은 배터리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회사 정체성 변화를 알리며 이 같이 소개했다. 1962년 한국 최초의 정유기업으로 출범해 정유·화학사업 중심으로 성장한 SK이노베이션의 변화의 원동력이 배터리라는 의미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터리사업의 분사도 추진할 방침이다.

1일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김 총괄사장과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및 경영진, 시장·언론 관계자 등 20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를 개최했다. 2017년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 2019년 실행전략 발표에 이은 세 번째 행사로 보다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SK이노베이션 변화의 키워드는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이다. 김 총괄사장은 “2016년 6% 수준이던 친환경자산이 지난해까지 30%로 확대됐다”면서 “최근 5년간 친환경전환에 투입된 예산의 2배가 넘는 30조원을 추가 투입해 2025년 친환경 자산비중을 70%로 확대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또 “기존 사업을 플라스틱 리사이클 등 친환경 사업모델로 전환해 온실가스 배출 제로(0)화에 도전하고, 배출량 0을 달성하는 ‘넷 제로(Net Zero)’도 조기에 이루겠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이 같은 이행의 원동력으로 김 총괄사장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꼽았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수주잔고를 ‘1테라와트+α’ 수준이라 공개했다. 그동안 배터리업계에서는 1테라와트 이상 수주한 업체로 CATL과 LG에너지솔루션 등만이 거론됐던 게 사실이다. SK 측은 이번 배터리 수주잔고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톱3 목표가 가까워졌다”고 부연했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는 “1테라와트는 2017년 5월 수주잔고 60GWh보다 약 17배 늘어난 수치로 130조원에 달하는 규모며, 수주잔고는 추후 더욱 늘어날 것이다”면서 “내년 하반기에는 월간 판매량 부문에서도 글로벌 3위로 올라설 수 있으며, 글로벌 5개 생산라인 전체 가동이 이뤄지는 이쯤을 전후해 배터리사업 흑자를 이룰 것이다”고 소개했다. 특히 2025년에는 배터리사업에서만 2조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 기대했다.

‘1테라와트+α’ 수주잔고를 밝히며 흑자전환 및 글로벌 3위 진입을 예고한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사진=SK이노베이션
‘1테라와트+α’ 수주잔고를 밝히며 흑자전환 및 글로벌 3위 진입을 예고한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대표. /사진=SK이노베이션

배터리 핵심소재 분리막 사업 자회사 상장성공을 계기로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생산규모를 현재 14억㎡에서 2025년 40억㎡로 확대시켜 세계 1위로 자리매김 할 계획임을 공표했다. 또한 정유공장 운영기술을 바탕으로 수산화리튬 회사기술을 자체 개발해 54건의 특허를 출원한 SK이노베이션은 이 기술을 폐배터리 재활용사업에 접목할 계획이다.

이를 활용하면 최초 리튬 채굴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까지 줄일 수 있다. 내년 중 시험생산을 시작해 2024년에는 국내외에서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에는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 밖에도 에너지저장장치(ESS), 플라잉카(Flying car), 로봇 등으로 배터리 적용 영역을 확장하고, 배터리 생애주기 연구를 통해 배터리의 효율적 관리 플랫폼 사업 ‘BaaS(Battery as a Service)’을 강화한다.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사업 강화를 위해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의 분사를 고민 중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분사를 논의 중인 수준이며, 추후 가능성과 시장의 평가 등을 종합해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설명했다. 분사가 이뤄질 경우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주식시장에서 상장을 추진하겠느냐는 질문에는 “한국·미국 어느 곳이든 가능성이 있고, 양국 모두에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다”면서 “쉽지 않은 일이라 분사부터 상장에 이르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라 답했다.

한편, 이날 SK이노베이션은 플라스틱 재활용 빈도를 높이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공개하기도 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플라스틱은 유리, 강철 등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는 친환경적이지만 재활용 비율이 낮은 게 문제다”면서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생산해내는 도시유전 사업모델의 도입 계획을 전했다. 추후 재활용(Recycle)기반 화학 사업 회사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미였다.

본인을 “사외이사 중 한명”이라 소개한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넷 제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성과를 각 사 CEO를 평가와 보상에 직접 연계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는 SK이노베이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진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폐플라스틱으로 석유를 생산하는 등 재활용 기반의 화학사업 회사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나경수 SK종합화학 대표. /사진=SK이노베이션
폐플라스틱으로 석유를 생산하는 등 재활용 기반의 화학사업 회사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한 나경수 SK종합화학 대표. /사진=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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