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형에서 ‘적립형’으로 바꿔 8월부터 적용
소비자 “추가 지출 전제로 한 개편···사실상 축소”
KT, LGU+도 멤버십 개악 따라갈까 우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이 제휴처 할인 혜택을 제공하던 ‘T 멤버십’을 적립형으로 바꾼다. 소비자들은 통신사 멤버십이 ‘개악’을 거듭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적립금을 활용하려면 일단 포인트를 쌓고 사용하기 때문에 추가 지출이 불가피해 사실상 혜택이 줄어든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계 특성상 KT와 LG유플러스 등 2·3위 사업자들도 유사한 형태로 멤버십을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다음달 중으로 기존의 T 멤버십을 ‘마케팅 플랫폼 서비스’로 개편한다. 기존 멤버십을 제휴사 할인 중심으로 운영했다면 개편 멤버십 핵심은 ‘적립’이다. 기존 제휴사에서 할인받던 금액만큼의 포인트를 적립 받아, 원하는 제휴사 및 상품 구매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컨대 기존 방식은 CU 편의점에서 SK텔레콤 멤버십 가입자가 1000원 결제할때마다 100원의 할인을 받았다면 8월부터 1000원당 100포인트를 적립 받게 된다. 포인트는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 파리바게뜨 등 제휴사와 거래할 때 사용할 수 있다.
◇ SKT, 8월 중 T멤버십 개편···제휴사 ‘할인’ 위주에서 ‘적립’ 위주로
SK텔레콤은 개편으로 ‘포인트 몰아 쓰기’가 가능해져 소비자의 멤버십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혜택을 줄였다고 비판한다. 기존 방식과 달리 적립 방식은 사실상 소비자의 추가 지출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기존 멤버십으로 30% 할인을 받아 상품을 구매할 경우 1회 지출만으로도 혜택을 즉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편 멤버십으로 30% 할인 효과는 1회차 상품 구매를 통해 포인트를 적립한 뒤 2회차 지출에나 적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이용자 A씨는 “가뜩이나 혜택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포인트 무제한 제공 덕분에 할인받을 목적으로 (멤버십을) 사용했다”며 “포인트도 자동으로 쌓였는데 과정이 복잡해져 안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SK텔레콤은 적용 시점이 미뤄지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소비자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적립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용 시점이 뒤로 밀려나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기존 10% 할인만 받을 수 있던 제휴처에서 구매하더라도 이제 다른 제휴처에서 적립한 금액까지 활용하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며 “파리바게트에서 적립한 포인트를 뚜레쥬르에서도 쓸 수 있는 등 업종 및 업체 간 교차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기존 할인과 같은 비율로 적립해주지만 모은 포인트를 한꺼번에 또는 나눠 사용할 수 있게 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쓸 수 있게 바뀌는 게 이번 개편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 소비자들 ‘KT,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 전철 밟을까’ 우려
소비자들은 이통 3사가 매년 멤버십 개편을 거듭할수록 혜택이 축소되고 있다고 불만이다. 올해 초 SK텔레콤은 VIP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VIP픽(PICK)’ 서비스 중 영화 관람 제휴처와 무료 관람 건수를 줄인 바 있다.
지난해까지 T멤버십 VIP 회원은 VIP픽 이용횟수 소진 시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중 한 군데를 골라 최대 1000원의 할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올해는 롯데시네마에서만 최대 35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여기에 평일 1+1 예매 9회 서비스를 추가했지만 영화 무료 예매(본인 기준)는 기존 연 6회에서 3회로 줄였다. 대신 CU 편의점 5000원권 쿠폰과 스타벅스 카페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1잔 무료 쿠폰 등을 신설했지만 이마저도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이달 기준 롯데시네마 예매, B tv 할인 쿠폰, 11번가 할인 쿠폰, LF몰 할인 쿠폰, 원스토어 할인, 원스토어 북스 포인트, 롯데면세점 할인 쿠폰, 스피드메이트 할인, 컬처랜드 할인 쿠폰 중 매달 1개를 선택해 연간 총 12회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SK텔레콤은 LTE 무제한 요금제 '데이터 인피니티' ‘VIP 팩’ 가입자에 제공했던 월 2회 무료 영화예매권도 제공도 중단했다. 대신 SK텔레콤 자회사 음원 플랫폼 '플로'의 무제한 스트리밍 이용권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콘텐츠 팩 월정액 무료 제공으로 대체했다.
비슷한 시기 KT도 VIP 대상 영화 무료 혜택 제휴처를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3사에서 롯데시네마 1곳으로 줄였다. LG유플러스도 VIP 대상으로 제공하던 1장의 무료 영화 예매 혜택을 CGV 1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무료 영화 예매는 코로나19 이전까지 각사 멤버십 서비스 중 호응이 가장 높았지만 멤버십 개편으로 서비스폭이 줄었다.
통상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제도를 개편하면 2·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도 유사한 형태로 제도를 개편해왔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우려한다. KT와 LG유플러스도 결국 SK텔레콤의 멤버십 개편안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편 SK텔레콤 관계자는 “구매를 했을 때만 포인트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앱 내 룰렛, 출석체크 등 미션 참여를 비롯해 광고 시청 시 보상 포인트를 얻는 방식으로도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며 “기존에는 없던 회원 간 ‘포인트 선물하기’ 기능이 추가된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