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하반기 VCM 예년보다 2주가량 앞당겨
신동빈 회장, 이커머스 향한 메시지에 관심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온·오프라인 통합을 꿈꾸던 롯데쇼핑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유통업계 핵심이었던 이베이코리아·요기요 인수전에서 모두 발을 뗀 롯데쇼핑은 경쟁사들이 성장하는 사이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일단 롯데는 유통 부문 비중을 ‘온라인’으로 옮기고 있는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 회의)를 예년보다 2주정도 앞당겨 진행한다. VCM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및 4개 BU(비즈니스유닛)장, 계열사 대표이사 등이 참여한다.
하반기 VCM에서는 BU별로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경영 계획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롯데 VCM이 2주가량 앞당겨진 것에 대해 “롯데그룹이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요기요 인수전에서 모두 물러난 상황에서 롯데온은 출범한지 1년이 넘었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룹 전반적인 위기 의식을 강조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어떤 조치를 내릴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롯데온은 지난해 4월27일 출범 당시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으로 불렸다. 롯데는 롯데온에 3조원이나 투입했지만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은 미미하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기준 네이버(17%), 쿠팡(13%), 이베이코리아(12%), 11번가(6%), 롯데온(5%), SSG닷컴(3%)였다. 이 중 신세게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단순 계산으로 점유율 2위에 올라선 상태다.
반면 롯데온은 거래액도 빅3 네이버(27조원), 신세계(이베이코리아 20조원+SSG닷컴 3조9000억원), 쿠팡(22조원)에 비해 7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M&A 강조한 롯데, 신동빈 회장 이커머스 향한 메시지는?
일단 하반기 롯데쇼핑의 전략은 ‘카테고리 강화’다. 기회가 생기면 M&A(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사내망을 통해 “최근 급성장하는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약화하고 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고 있어 미래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앞으로 이커머스 사업 규모 확대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시너지 및 가치평가 적정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M&A는 적극 참여하겠다”며 “식음료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M&A와 지분 투자 등의 기회가 있다면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2004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 취임 이후 위기때마다 미국 뉴욕팰리스호텔, 하이마트 등 기업을 인수하며 롯데를 성장시킨 바 있다.
아울러 롯데는 자체 플랫폼인 롯데온 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온 새수장에 앉은 나영호 부사장은 과거 이베이코리아에서 간편결제, 모바일 e쿠폰 사업 등을 이끌었던 전력이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롯데온 체질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롯데쇼핑은 앞으로도 M&A에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쇼핑은 3조24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롯데가 유통 부문에서 베팅한 가장 큰 금액은 하이마트 인수 2조원에 그친다.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 때도 롯데는 3조원 아래로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온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는 패션, 식품, 가전제품 등 각 카테고리별로 강화해 전문성을 키우는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셀러 모집을 적극 추진해 거래액 증가, 충성고객 확보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