凡삼성은 계열사에 급식사업 몰아주기···凡현대·凡LG는 방계가에 수익집중
공정위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 동참했던 삼성에 철퇴···면죄부 아님 방증
[시사저널e=김도현 기자] 삼성그룹이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줘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과징금 부과와 검찰에 고발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 내부에서 자사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일감몰기 조사가 확대될 경우 현대차는 물론 다른 대기업들도 조사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재계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삼성웰스토리 등에 총 2349억27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부당지원 행위관련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또한 공정위는 2017년 해체된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가 이번 부당지원을 주도했다고 판단해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삼성전자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재계 2위 현대차그룹에도 계도가 필요하다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스스로를 MZ세대 직장인이라 밝힌 청원인은 “현대차그룹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에서만 급식사업을 공급받아야 하는 지 이유를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지난 주말 등장한 해당 청원은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청원이 더욱 주목받는 까닭은 공정위의 급식사업 관련 칼날이 삼성을 넘어 현대차로 향하게 되면 다른 그룹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그간 재계에서는 사내 식당이 오너가에 현금이 흘러가도록 하거나 방계가가 운영하는 급식사업체에 확보한 수익을 안겨주는 장치로 활용됐다. 삼성이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받는 까닭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부당지원의 수혜자기 때문이었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현 삼성물산은 2016년 제일모직(존속법인)과 삼성물산(청산법인)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기존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에 흡수된 뒤, 덩치가 커진 제일모직이 사명을 삼성물산으로 바꾼 셈이다. 당시 제일모직의 뿌리는 옛 삼성에버랜드다. 삼성에버랜드는 이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았던 회사다.
연이은 합병과 사명변경을 통해 이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삼성에버랜드가 오늘날 삼성물산으로 거듭났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구 삼성물산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하게 됐다. 삼성웰스토리는 2013년 4월부터 주요 계열사 급식사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확보했다. 합병 전 삼성웰스토리는 제일모직 소속이었다.
공정위는 그룹차원의 일감몰기로 삼성웰스토리에 막대한 실익이 발생하고, 실익이 이 부회장에 흘러갔으며, 이 같은 지원을 위해 미래전략실과 삼성전자가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범(凡) 삼성 회사들인 신세계와 CJ도 자사 계열사를 통해 그룹의 일감을 지원하는 방식을 취했다. CJ프레시웨와 신세계푸드 등이 주인공이다.
범 삼성가 회사들이 그룹 내 계열사를 통해 급식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직·간접적으로 오너가에 흘러가게 했던 것과 달리 고(故) 정주영 창업주의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범(凡)현대 회사들은 친족에 수익을 몰아줬다. 현대차를 포함해 현대중공업·HDC현대산업개발 등이 현대그린푸드에 일감을 맡겼다.
현대백화점그룹 초대 회장을 지낸 고 정몽근 명예회장은 정 창업주의 3남으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사촌 지간인 셈이다. 다른 재벌들도 유사한 행보를 보인 게 사실이다. ‘장자승계’를 원칙으로 삼는 LG가도 현대와 마찬가지로 급식업을 친족에 몰아줬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용산 LG유플러스 본사사옥과 LS용산타워, 강남구 GS타워 등의 단체식당은 모두 아워홈이 운영 중이다. 최근 재건축 아파트 시장에서 입주민 복지시설 내 식음사업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GS건설과 단지 내 식음시설 공동사업에도 나섰다. LG·GS·LS 등은 물론이고 아워홈에 이르기까지 모두 LG그룹을 뿌리로 둔 회사들이다.
구자학 아워홈 회장은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3남이자,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LS는 구 창업주의 동생(구태회·평회·두회)들이 LG전선·LG산전·LG니꼬동제련 등을 분리해 2005년 출범시켰다. GS그룹은 구 창업주와 동업해 LG를 설립한 허만정 공동창업주 자녀들이 석유·에너지·유통·건설 사업을 분리시켜 출범했다. 방계뿐 아니라 사업적 뿌리를 같이한 사돈가 급식사업을 아워홈이 독식하다시피 한 셈이다.
지난 4월 공정위는 주요 대기업들과 ‘단체급식 일감개방 선포식’을 가졌다. 선포식에 서명한 회사들은 급식사업 일감몰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범 삼성·현대·LG 회사들이 함께했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신세계그룹 △CJ그룹 △LS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8개 그룹이다. 선포식에 이들의 급식사업 규모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한 가지 의문점이 제기된다. 공정위와 함께 시정 의지를 다졌음에도 삼성에는 과징금이 부과됐다는 부분이다. 삼성은 일감개방 선포 직후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하기도 했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한 시정 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로부터 타당성을 인정받을 경우 사건이 신속하게 종결되는 제도다. 공정위는 삼성의 자진시정안이 미흡하다고 보고 기각한 뒤 제재를 가했다.
선포식 참여가 면죄부로 작용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촉발된 조사요구가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돼 공정위의 추가조사 기폭제로 작용하면, 다른 기업들에도 공정위 차원의 제재가 뒤따를 수 있음을 함의하는 셈이다. 현재는 관계를 끊었지만 재계 3위 SK그룹과 7위 한화그룹 등도 친족 또는 계열사 등을 통한 급식사업 일임 전례가 있어 파장이 거셀 수 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은 승계과정에서, 다른 대기업들의 경우 내부 불만이 외부로 드러난 사례로 보여진다”면서 “SNS 등을 통해 제공되는 급식을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해짐에 따라 경쟁사에 비해 식사 질이 낮다는 공감대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공유되곤 했는데, 자연스레 오너가와 오너친족에 실익을 높이기 위해 직원복지가 하향됐다는 결론이 다다르면서 축적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에서도 해당 평가와 유사한 내부의 문제제기와 관련된 논의가 실시됐음이 포착되기도 했으며,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도 현대그린푸드에서 제공하는 급식과 관련된 불만이 장시간 지속됐던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