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200% 돌파
소득 감소로 대출 중가·빚내서 투자 등 분석
금리 인상 조짐에 우려··재난지원금 영향 관심 
“소비 활성화 위한 설계···가계 빚 도움 안 돼”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가게 앞에 '임대 문의' 문구가 내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가게 앞에 '영업 종료' 문구가 내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우리나라 가계 빚 부담이 커진 가운데 당정이 보편적 재난지원금을 추진하면서 서민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인다. 재난지원금 성격상 가계 부채 완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 대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 대비 12.5%p 높아진 200.7%를 기록했다. 이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지난해 국민계정의 가계 및 비영리 단체 순처분가능소득으로 자금순환 상 부채를 나눈 수치로 최근 10년 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코로나 사태로 전년 대비 소득 증가폭이 2.3%에 머문 반면에 부채는 9.2%나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장 의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계 소득 보다 부채가 크게 늘어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이 지나치게 악화됐다. 수치상 소득이 줄지 않은 것처럼 보여도 이는 평균의 함정일 수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소득자들의 소득은 오히려 더 늘고, 저소득·취약계층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지금은 오히려 더 확장적인 재정지출을 통해 가계소득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가계 부채 증가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소득이 급감해 생업 유지가 어려운 사람들이 빚으로 버틴 결과라는 관측과 부동산과 가상자산 등에 빚을 최대한 끌어다 투자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당정은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큰 틀에서 지급 대상 범위가 광범위한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원이 유력한 상황이다.

재난지원금이 확장재정의 한 형태란 점에서 가계 부채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을 모은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재난재원금이 가계 부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소비를 많이 하라고 설계한 것인데 빚이 많은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을 아껴 빚을 갚는데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며 “재난지원금 논의 내용 중 캐시백이 있는데 이것은 돈 있는 사람들의 소비를 장려한다는 정도여서 가계부채와 직접 연결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가계부채 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현 상황에서 가계 부채 부담이 큰 사람들은 그 사람들을 타깃으로 정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나 소득이 낮아 어려운 사람들을 선별해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고 이들을 충분히 식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전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그런 목적이 아니라 일반적인 소비 진작 체크에 가깝다”며 “이는 코로나 19가 방역 통제가 완화되면서 대면 소비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타당한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재난지원금이 총액으로 봤을 때는 큰 돈이지만 개인이 받을 때는 그렇지 않다. 1인당 25~30만원 정도라면 큰 금액이라고 보기 어려운데 이걸 부채를 갚는 용도에 쓸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은 아니다”라며 “자산 버블이 있어 부채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그 부채에 대해서 영향을 줄 정도의 지원이 아니다”라고 봤다. 

/ 표=김은실 디자이너
/ 표=김은실 디자이너

현재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의견이다. 오 교수는 “지금 코로나 사태가 백신 접종으로 새로운 국면을 앞두고 있어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와 상황이 다른데 굳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하는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지금은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유동성 회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며 “재난지원금이 80% 지급 얘기가 나오는데 이것도 사실상 전국민에 대한 지원이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금 형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고 실제 효과는 크지 않아 문제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성 교수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재정 사용은 상당한데 효과는 크지 않으면서 물가 압력까지 생기는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운 정책”이라며 “캐시백의 경우는 어떤 의미에서 역진성은 더 심하다”고 봤다. 

가계 부채가 악화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성상 미국 금리를 따라가는 편이라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와 미국 금리가 차이가 나면 자금이 이동을 하기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우리도 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 시기적으로도 금리 인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여진다. 가계부채가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게 되면 가계가 부담이 커지지만 가계 부채만 보고 금리 인상여부를 판단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얼마전까지 식료품과 대외여건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의 주된 부분이었는데 현재는 대면소비 확대가 이뤄지면서 전반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 인플레이션 압력 위험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를 급히 올리면 문제가 있기 때문에 계속 시장에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쪽으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금리 상태가 자산버블을 야기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영향은 양극화 된 두 계층을 나눠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 교수는 “생계수단이 없어 빚을 내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저금리가 도움이 되지만, 사실 이들에게는 빚내서 생활하라고 떠미는 것보다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바람직하다”며 “상황이 좋은 사람은 저금리를 활용해 자꾸 돈을 빌려서 자산 버블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 같으면 금리인상 여부는 경기를 살리느냐 마느냐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그게 아닌 상황”이라며 “자산시장의 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지 않으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 교수는 “DSR을 강화하면 대체로 실물이나 소비가 좋아지는 경기해소용으로 좋아지는 조합이 되는데 DSR 규제가 제대로 안되다 보니까 저금리가 자꾸 자산 쪽으로 가고 있다”며 “DSR 규제를 제대로 못할 것 같으면 금리를 강화하는 게 맞고 금리를 올리되 서민들에게 정책적으로 줬던 부분들은 계속해서 낮게 가야 한다. 이것마저 올리면 취약 가구에 큰 충격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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