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증가율 21.1% 제한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 확대로 순이익 급성장
“총량 규제 대상에 중금리대출 포함될 경우 성장세 둔화 불가피”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사업이 예기치 못한 걸림돌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주문하면서다. 지난해 중금리 대출 확대를 토대로 실적 향상을 거뒀던 저축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들에 올해 총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21.1% 이내로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총량 규제 관리 대상에는 중금리 대출도 포함된다.
중금리 대출은 지난해 저축은행의 실적 상승을 견인한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 효과를 톡톡히 봤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의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지난해 3월 말 6조6000억원에서 12월 말에는 8조1000억원으로 22.7% 증가했다. 중금리 대출 성장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말에는 취급액이 10조3000억원에 기록하면서 10조원을 돌파했다.
중금리 대출 취급액 확대는 순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올해 1분기 86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681억원) 대비 27.0% 성장했다. OK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395억원에서 776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이 96.5% 급증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1분기 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52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주문하면서 저축은행들은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대출 사업에 암초를 만나게 됐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21.1%의 수치는 지난해 저축은행 업계의 가계대출 증가 규모인 5조5000억원을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다. 지난해 이상으로 대출을 확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수준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상반기에 이미 대출을 많이 실행한 저축은행들은 하반기 대출을 내줄 여력이 부족한 셈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과거 2017년에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중금리 대출이 포함된 적이 있었는데 중금리 대출 시장이 성장하는 단계에서 총량 규제에 중금리 대출이 포함되면서 저축은행들의 중금리 대출 사업이 크게 축소됐다”며 “이번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또다시 중금리 대출이 포함된다면 대출 확대 여력이 없어져 저축은행의 성장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 되는 대형사의 경우 그나마 운신의 폭이 좀 더 넓어 여력이 있겠지만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하반기에 대출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도입되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내줄 수밖에 없다. 결국 중·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절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는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중금리 대출 활성화인데 이를 위해서는 중금리 대출을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고금리 대출에 대한 총량 규제는 수용할 수 있지만 2018년 10월 당시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던 중금리 대출을 이제 와서 다시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 정책과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