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공판, 법원에 지지·반대 시민과 유튜버 몰려들어 아수라장···몸싸움도 벌어져
[시사저널e=이호길 인턴기자] 25일 오전 9시 1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앞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판이 열리는 날이어서 많은 취재진과 유튜버, 지지와 반대 입장으로 나뉜 시민들이 운집했다.
입구 앞에는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벨트형 차단봉이 설치됐다. 취재진은 ENG 카메라 촬영 준비를 했고, 10여명의 유튜버들은 조 전 장관을 옹호하거나 성토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법원 직원들과 다수의 경찰 인력은 건물 안으로 출입하는 시민들의 동선을 관리하면서 차단봉 주위를 지키고 섰다.
이날 재판은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기로 예정돼 있어서 주목받았다. 다만 조씨는 지난 22일 법원에 증인지원 서비스를 신청, 법정에 비공개로 들어서 모습이 노출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한 유튜버들의 입장은 판이했다. 한 유튜버는 “장관님 망신을 주기 위해 따님까지 재판에 불러냈다”고 검찰과 재판부를 비판한 반면 다른 유튜버는 “조국 딸을 보호하려고 방청권도 온라인으로만 배부했다. 로또 추첨하듯이 당첨된 사람만 법정에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도 있고, 재판을 보려는 사람이 많아서 사전 온라인 신청자 중 뽑힌 사람만 방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장관의 출석 시간이 임박하자 긴장감은 고조됐다. 유튜버 몇 명이 “조국 구속”이라고 소리치자, 지지자 수십명은 조 전 장관이 지난달 출간한 자서전 ‘조국의 시간’을 들고 일렬로 늘어서 “조국 수호”를 외쳤다. 한 유튜버는 “책 장사 좀 그만하라”고 비판했고, 지지자는 “자유주의 사회에서 책 장사도 못 하냐”고 맞받았다. 지지층 유튜버가 “조국이 죄인이면, 대한민국 모두가 유죄”라고 외쳤고, 다른 유튜버는 ‘부끄러운 조국’이라고 적힌 붉은색 띠를 양손으로 잡고 치켜들었다.
조 전 장관이 오전 9시 30분쯤 갈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몰고 나타나자, 양측의 함성은 극에 달했다. 지지 표명과 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조 전 장관은 취재진에게 “지독히 정파적 시각과 극도의 저열한 방식으로 저와 제 가족을 모욕하고 조롱한 기자와 언론사 관계자분들께 묻고 싶다”며 “인두겁을 쓰고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나”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한 언론사의 일러스트와 관련한 발언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에도 지지와 반대로 양분된 양측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고성이 쏟아지면서 몸싸움 직전의 일촉즉발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 유튜버가 욕설을 퍼붓자, 상대방은 “왜 나에게 욕을 하느냐”고 흥분하며 달려들었다. 경찰은 “욕 좀 그만하세요”, “두 분 다 멈추세요”라고 강하게 제지했다. 법원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출석일은) 대립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시민과 유튜버들은 조 전 장관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현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는 한 중년 여성은 “사실 정치에 크게 관심 있는 편이 아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장관을 공격하는 검찰이 너무하다고 생각해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며 “조국 장관은 무죄다. 자서전에 상세하게 나와있으니 다들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보수 성향의 유튜버는 조 전 장관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들이 공정하게 보도를 안 하고 있다”고 언론에 적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조국은 즉각 구속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유라는 바로 퇴학됐는데, 조국 딸은 그렇게 안 하고 현재 의사로 일하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되물었다.
한편 조민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1부(마성영·김상연·장용범 부장판사)가 연 공판에서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면서 증인신문 절차는 30여분만에 조기 종료됐다. 조 전 장관은 10시 45분쯤 법원 밖으로 나와 SUV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유튜버·시민들 간에 마찰이 다시 빚어지기도 했다.
증언을 거부한 조씨는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구해 “재작년부터 시작된 검찰의 가족 수사를 받으면서 저와 제 가족은 시도 때도 없이 공격을 받아왔다”며 “고교와 대학 시절이 파헤쳐졌고 부정당했다”고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148조는 친족이 기소돼 처벌받을 우려가 있다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