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0일까지 집행정지 인용”
NFT게임 174개국에 허용되는데 한국은 불가
1분기 거래량 2조원···골든타임 지켜야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법원이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적용한 게임사 스카이피플의 손을 들어줬다. 블록체인 게임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게임업계는 NFT 게임물에 대한 규제로 국내를 제외한 해외 시장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블루오션을 선점할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는 23일 스카이피플이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가 게임위에 9월 30일까지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사행성이 없다”는 스카이피플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진행 중인 행정소송을 통해 끝까지 가려내겠단 입장이다.
앞서 게임위는 지난 4월 스카이피플의 ‘파이브스타즈 포 클라이튼’에 대해 등급분류 취소 결정을 내렸다. 가장 큰 이유는 ‘사행성’ 때문이었다. 등급분류 거부 예정 통지문에 따르면 “이용자는 자동모험을 통해 NFT화 할 수 있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으며, 자동모험은 이용자의 의지가 반영될 여지가 없는 것으로 우연히 획득한 결과”라고 봤다. 또 “이렇게 획득한 아이템은 이용자가 소유권을 갖게 되며 게임 밖에서 거래할 수 있어 게임산업법상 경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스카이피플은 게임위가 과잉해석해 권한을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20일 김앤장 변호인단을 꾸려 가처분 신청 및 행정소송으로 대응했다. 스카이피플 측은 대다수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에서 아이템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등급취소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파이브스타즈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해를 입힐만한 사정이나 사행성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이유에 대해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박경재 스카이피플 대표는 공식입장문에서 “블록체인 기술로 확률이 존재하는 부분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록할 수 있다”면서 “기존의 불투명하고 게임사와 이용자 간 비대칭적인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었다”고 밝혔다.
◇ 해외 노린 게임사들…국내 길 열리나 ‘촉각’
법원이 스카이피플 측 손을 들어주면서 게임업계는 일제히 환영 의사를 표했다. 동시에 NFT기반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물꼬를 틀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NFT를 주목한 게임사는 국내 진출이 막혀있자 해외로 방향을 돌렸다. 노드게임즈의 ‘크립토스워드 앤 매직 포 클레이튼’은 게임위로부터 서비스 중단 조치를 받고 게임을 접었다. 현재 해외에서 서비스 중이다.
위메이드는 NFT를 도입한 신작 ‘크립토네이도 포 위믹스’를 한국을 제외한 174개국에 출시한다. 엠게임은 지난해 ‘프린세스메이커 포 클레이튼’을 서보였다. 게임 내 NFT를 발행해 이용자에게 배포했으며,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블록체인 작품에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웨이투빗 인수, 암호화폐 ‘클레이튼’ 발행 등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게임사업 진출을 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 ‘나인 크로니클’을 개발 중인 플라네타리움은 지난달 2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아기유니콘 200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중기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신작은 한국에서 서비스가 불투명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아기유니콘으로 선정된 수퍼트리 역시 국내를 제외한 글로벌 서비스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블록체인 게임 개발사인 수퍼트리는 2019년 이더리움 기반 댑게임 ‘크립토도저’, ‘도저버드’ 등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최근 MMORPG '아스타' IP를 확보하며 블록체인 게임 확장에 나섰다.
정부 지원금을 받아 만든 게임이 국내 규제를 받는 또 다른 사례는 또 있다. 공공기관의 지원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이번 법원의 판단이 게임 출시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블록체인 게임 지원을 위해 나인코퍼레이션의 ‘나인 크로니클’, 하루엔터테인먼트의 ‘커버넌트 차일드 포 클레이튼’을 선정했다. 이들 게임사는 NFT에 대한 등급 심의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법원의 판단이 국내 출시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NFT시장 규모 급성장…블루오션 선점할 골든타임
게임업계가 NFT 게임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NFT시장이 가진 가능성 때문이다. NFT 분석 사이트인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NFT 시장 규모는 2021년 1분기 20억달러(약 2조2220억원)로 전년 같은 분기 대비 131배 성장했다. NFT 거래량은 ▲2019년 6200만달러(약 682억원) ▲2020년 3억3803만달러(약 3718억원)로 해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세가 무섭지만, 누구도 선점하지 않는 ‘블루오션’이란 점도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NFT 기반 블록체인 게임의 비즈니스모델 혁신요소 연구’에 따르면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은 지금이 우리나라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도하며 게임산업의 또 다른 도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절회의 기회”라며 “이를 위한 시간적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시의적절한 정책입안 및 실행의 전향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블록체인 시장의 규모가 날로 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선점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심지어 정부도 이를 알고 여러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만 NFT 게임을 규제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