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C파트너스, SPA 계약 체결 후 6개월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신청
자본확충 시 건전성 회복 기대···영업력 회복 등 과제

자료=KDB생명보험/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KDB생명보험/표=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산업은행의 오랜 숙제 중 하나인 KDB생명보험 매각 작업이 마침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말 산은과 KDB생명 인수계약을 체결했던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금융위원회에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신청하면서 한동안 지연됐던 거래 작업이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3분기 중으로 적격성 심사가 완료되면 JC파트너스는 계획된 자본확충 작업 등을 통해 KDB생명의 경영정상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KDB생명은 수년간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인해 영업 조직이 크게 위축돼 있어 실적 개선 등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중 KDB생명 대주주 변경 전망···1500억원 규모 자본확충 병행 계획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JC파트너스는 금융위에 KDB생명 대주주 적격성 심사 서류를 접수했다. JC파트너스는 지난해 말 산은과 주식매매계약(SPA) 체결한 후 수개월간 준비 단계를 거쳐왔다. 사모펀드는 일반적으로 금융사에 비해 강도 높은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받기 때문에 자금 조달 방안, 출자자 구성 등에 대해 금융위, 금융감독원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SPA 체결 이후 대주주적격성 심사까지 6개월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되자 업계 일각에서는 딜 무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규정상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 접수 후 60일 이내에 금융위가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는 오는 8월 중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가 추가 보완을 요청할 경우 심사 기간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거래인만큼 심사 자체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KDB생명 인수 작업이 최종 완료되면 JC파트너스는 본격적으로 경영정상화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JC파트너스는 KDB생명 구주(93%)를 2000억원에 인수하고 국내 전략적투자자(SI)를 통해 15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병행할 방침이다.

계획대로 자본확충이 이뤄질 경우 KDB생명의 최우선 해결과제로 꼽히고 있는 건전성 지표는 일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200.64%였던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지난 3월말 187.02%로 13.6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생보사 평균 RBC비율인 273.2%보다 86.18%포인트나 낮은 수치며 금융당국의 권고 비율인 150%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속설계사 수 5년만에 4000명에서 1472명으로 급감···초회보험료도 감소

건전성 지표 이외 부문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영업의 바탕이 되는 설계사 조직 등이 수년간의 매각 준비 작업 과정에서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이후 KDB생명을 갖게된 산은은 지난 11년동안 총 4번의 매각 시도를 했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지난 2016년 4097명에 달했던 전속설계사 수는 이듬해 2681명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올해 1분기까지 줄곧 감소세를 이어왔다. 올해 3월말 기준 KDB생명의 전속설계사 수는 1472명으로 2016년의 35.93% 수준에 불과하다.

보험사의 영업력을 나타내는 초회보험료도 자연스럽게 급감했다. 지난해 2016년 3621억원을 기록했던 KDB생명의 초회보험료는 이듬해 638억원으로 82.38% 줄어들었으며 2018년과 2019년 346억원과 3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858억원의 초회보험료를 기록하며 반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는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 사모펀드 사태의 반사 이익으로 늘어난 방카슈랑스 판매가 보험료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발생한 KDB생명의 수입보험료는 1514억원으로 전체 1858억원의 81.49%를 차지하고 있다. 전년(7.57%)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73.92%포인트나 늘어났다.

특히 방카슈랑스의 경우 저축성보험 판매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장기 수익성 측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KDB생명의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는 1488억원으로 전년(67억원) 대비 20배 이상 늘어났지만 보장성보험은 309억원에서 347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까지 증가세를 이어오던 당기순이익도 올해 들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30억원을 기록했던 순익은 올해 8억원으로 98.14%나 줄어들었다. 이는 채권금리 상승 등으로 매도가능 금융자산평가 이익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과 투자자산이익률도 각각 1.69%에서 0.53%로, 3.02%에서 2.48%로 악화됐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줄어든 영업 조직을 단기간에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GA나 방카슈랑스 등에 의존하는 영업은 단기 실적 위주의 판매가 이뤄질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재보험사 전환 등의 장기 계획도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고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작업이기 때문에 성공 여부를 현재로서 장담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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