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적 감소···경기침체 이어지면 올해도 걱정
디지털뱅크 설립, 유상증자 등 ‘정면돌파’ 의지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인도네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시중은행의 올해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부진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인도네시아 보건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최근 1만3000명대로 급증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5000명 내외로 숫자가 줄었다. 하지만 이달 17일부터 크게 늘어나더니 지난 20일에는 1만3737명을 기록했다. 올해 1월 30일 이후 최고치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인구 밀도가 높은 자카르타를 비롯해 주요도시에서 인도발 ‘델타 변이’가 확산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담배 제조 중심지인 쿠두스, 자바 해안에서 약간 떨어진 방칼란 등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번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방역 당국의 역량이 변이 확산을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다. 백신 접종률도 5% 미만인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인도네시아에서 감염 확산이 증가할 것"이라며 "상황을 억제하려면 거리두기 강화 등 긴급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시중은행들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주요 은행들은 인도네시아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잇달아 현지 금융시장에 진출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규모로는 세계 4위로 최근까지 연 5% 이상의 고속성장을 달성했다. 또 대출금리가 아직까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현지 법인들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크게 고전했다. 우리은행의 해외 법인 중 가장 많은 실적을 올리는 우리소다라은행의 작년 당기순익은 1년 전과 비교해 약 30% 줄었다.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은 작년 7억원의 당기순익을 내는데 그치는 등 부진을 이어갔다. 이에 신한은행은 작년 인도네시아 법인 영업권에 대해 143억원을 손실로 인식했다. 국민은행이 작년 인수한 부코핀은행도 적자를 기록했다. 하나은행만 호실적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경제는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인도네시아 국내 총생산(GDP)은 지난 1998년 이후 첫 역성장(-2.1%)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전체 일자리의 70% 넘게 차지하는 50인 미만의 영세 기업의 매출이 98% 가까이 급감했다. 경영 악화로 직원의 약 45%를 감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코로나로 국가 간 교역이 줄어들면서 해외 자국민 송금 및 가공무역 수출이 크게 줄어든 점도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줬다. 실물 경제가 얼어붙자 금융도 어려움에 빠졌다.
좋지 않은 경기 상황은 올해 나아지는 듯 했다. 신규 확진자 수가 올해 초에는 줄면서 1분기 경제성장률도 –0.74%로 역성장세가 완화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이 인도네시아 올해 예상 성장률로 각각 4.8%, 4.4%로 제시하는 등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졌다. 국내 은행 법인들도 1분기 실적이 개선되면서 올해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정면돌파하겠다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은 지난 11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LINE)과 손잡고 디지털은행 ‘라인뱅크’를 설립했다. 지난해 코로나를 뚫고 호실적을 거둔 기세를 이어가 디지털로 인도네시아 금융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이사회에서 인도네시아 법인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1100억원을 투입할 것을 결정했다.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은 올해 현지 당국으로부터 ‘중형급 은행’으로 승격된 만큼, 자금 투입으로 영업 기반을 더욱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신한은행도 올해 실적 반등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지 법인은 대부분 재택근무 및 대체사업장 운영을 시행 중이기 때문에 방역에는 큰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라며 “코로나 재확산이 우려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실적 증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