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표이사 강점, 회사의 성과와 이미지로 배어나와 눈길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건설사 신임 대표이사의 상반기 주요성과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주요 건설사 대표이사직에 오른 이들의 성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연임에 성공한 여타 건설사 수장에 비해 적극적 행보를 띤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장에 몸담아온 세월이 많은 만큼 이른바 관리형 선봉장보다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지녀서다. 특히 취임 반년 만에 각각의 신임 대표이사가 갖춘 강점이 회사의 성과와 이미지로 서서히 배어나와 하반기 성적표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해외통 오세철, 주요성과는 역시 해외에서···리소스 보유 지역 포트폴리오 확대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두바이 등 해외현장을 경험한 이력답게 자신이 전문성을 갖춘 해외시장 일감 확보에 주력했다. 특히 수주고를 쌓은 사업장 위치를 보면 싱가포르, 중동 등 리소스를 보유한 지역에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형태라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물산은 3월 한 달 동안 해외에서만 3조5000억원을 넘는 수주고를 쌓았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수주액 3조2000억원을 뛰어넘는 잭팟 수준이다. 사업장 위치는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 공사(1조8000억원 중 삼성물산 지분 1조2400억원 규모) ▲싱가포르 지하철 공사(5000억원 규모)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기지 건설공사(1조8600억원 규모) 등이다.

1분기 해외 수주가 지난해 연간 수주를 상회한 데에는 오 대표이사의 역할이 주효했다. 오 대표이사는 이 가운데 중동 수주건에 각별히 애착을 갖고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낙찰통지서를 받을 당시 카타르 현지를 방문해 직접 방문해 현장통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물론 발주 시장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얼어붙었던 것 대비 활성화된 영향도 있다.

그동안 삼성물산의 수주잔고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2016년 기준 31조6260억원에 달했던 수주잔고는 2017년 29조9000억원으로 20조원대로 감소하더니, 이후에도 2018년 27조9000억원, 2019년 26조6000억원, 2020년 24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에서는 향후 해외 발주 규모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통 오세철 대표이사의 강점과 수주 환경 개선으로 삼성물산의 연간 수주잔고도 예년 수준으로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택에 조예 깊은 윤영준, 정비사업 수주1위로 주택명가 자존심 지켜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코로나19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호황을 누리는 주택사업 중심으로 일감을 따내고 있다. 자신이 한남3구역 주택을 매입하며 조합원으로 이름을 올리는 방법으로 수주에 큰 성과를 내기도 했고,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만큼 주택시장에 전문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정비사업(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 총 수주액이 1조2000억원을 넘으며 업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주액 기준 대형 사업장으로는 ▲전주 하가구역 재개발사업(4246억원) ▲용인 수지 신정마을9단지 리모델링(2200억원) ▲대전 도마·변동1구역 재개발사업(1906억원) 등이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에 대한 평판도 좋다. 최근 디에이치 반포 라클라스와 개포 디에이치 자이 조합은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감사인사를 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이를 기반으로 내년께 시공사를 선정하는 강남구 개포동 5·6·7단지 등에서 사업권을 확보해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은 디에이치 아너힐즈와 개포 디에이치 자이를 준공했고,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를 수주해 둔 상태다.

◇마케팅 전문가 마창민, 고객 눈높이서 회사 철학소개

마창민 대표이사는 마케팅 전문가답게 새롭게 출범한 DL이앤씨의 밑그림 그리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케미칼, 건설 등의 업무로 회사 이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면, 건설부문만 분할돼 출범한 DL이앤씨는 건설을 하고 있고 어떤 주택건설을 추구하는지 등을 고객 눈높이에 맞춰 홍보하는 작업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 4월 서울 한남더힐 뒤편에 세운 드림하우스다. 대부분의 건설사는 분양하는 사업장의 모델하우스를 짓고 분양 후 철거하는 방식을 취한다. 반면 DL이앤씨는 드림하우스에서 자사 브랜드인 e편한세상 실체를 총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며 자사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건설이 투박하고 접근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는 평이다.

덕분에 DL이앤씨는 리모델링 시장 재진출 2개월 만에 수주고 1조원을 넘게 쌓으며 시장에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주택사업은 건설사업 영역 가운데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세심하게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주력 사업분야, 유연성 등 개성이 다르다”며 “신임 대표이사 취임 반년을 거치는 동안 각각이 지닌 뚜렷한 강점이 회사의 성과와 이미지로 배어나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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