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자 주장하는 청원인 “대피방송 없어···많은 분들 화재 인식못하고 근무”
17일 오전 5시36분 최초 신고···'대피했느냐' 질문에 직원 '퇴근했다" 답변
쿠팡 “119신고 전후 확실히 방송”···보안업체 “직접 확인 후 대피지시” 반박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시 대피 통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사측이 구체적인 대피방송 시점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은 대응 미흡과 관련한 의혹도 수사 대상에 올려놓았지만 화재 시점 파악, 현장 감식 등을 이유로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최초로 화재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17일 오전 5시36분이다.

하지만 사측의 대피방송이 없었다는 취지의 의혹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제기됐다. 작성자는 노동자들이 ‘대피방송’을 들은 게 아니라 스스로 빠져나왔다는 취지의 내용을 청원글에 적었다.

자신을 쿠팡 일용직 노동자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청원글에서 “오전 5시10~15분쯤 화재 경보가 울렸지만 (작은 화재 경보 오작동 때문에) 하던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며 “5시26분경 퇴근 체크를 하고 1층 입구로 향하는데 1.5층으로 이어지는 층계 밑쪽(에서) 이미 가득 찬 연기와 어디선가 계속 쏟아(솟아) 오르는 연기를 목격했다. 많은 분들이 화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계시는 모습도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크링클러는 ‘대피방송이 아닌’ 노동자들 스스로 모두 빠져나올 때 까지도 작동되지 않았다”

사측이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대피시키지 않았고, 대피방송도 없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은 또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119 최초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대피’보다는 ‘퇴근’이라는 말이 반복됐다. 119근무자가 “대피하고 있는 거예요? 지금?”이라고 묻자 신고자는 “아 지금 사람 다 퇴근했고”라고 답한다.

사측이 직원들을 대피시키지는 않았지만, 야간 근무자의 퇴근 시간인 새벽 5시30분이 지나 물류센터 내부에 남은 인원이 없다고 짐작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경찰은 화재발생 이후 사측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화재가 처음 발생한 시점 파악이 중요하고 현장 감식 등도 필요해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피지연 등 대응 미흡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쿠팡 측 관계자는 “119 신고 전후로 대피방송을 확실히 했다”고 반박했다. 구체적인 방송 시간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따로 답하지 않았다.

쿠팡 물류센터의 보안을 담당하는 조은시스템은 입장문을 통해 “보안요원이 무전을 통해 당시 조장에게 화재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조장은 화재 사실을 직접 확인한 후 대피를 지시했다”며 “1층 보안요원은 내부를 한번 더 확인한 뒤 움직이는 사람이나 차량이 없어 바로 외부로 대피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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