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한 차례 인상 후 내년 추가 인상 전망···최대 0.75%p 상승 가능
추가 인상 시점, 내년 상반기 이후 예상···대선·총재 임기 등 영향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까워짐에 따라 그 시점과 속도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경기 회복세와 물가상승률,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태도 변화 등으로 인해 시장에서는 연내 한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으며 내년도 추가 인상을 점치는 견해들도 다수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금융권의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주열 총재 “질서있는 정상화” 강조···美연준, 2023년 금리인상 시작 전망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공식화되기 시작한 연내 금리인상론이 최근들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한국은행 창립 71주년 기념사’를 통해 “현재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으며 15일 공개된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일부 금통위원들의 금리인상 견해가 확인되기도 했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의 가계부채 및 주택시장 상황은 완화적 금융여건 하에서 거시건전성 정책만으로는 금융불균형 누증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으며 또 따른 금통위원도 “저금리에 따른 경제주체들의 위험선호와 수익추구 강화가 금융불균형 누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 중 하나인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역시 ‘조기 금리인상’으로 방향이 변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5~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현행 0.00~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리는 시장 예상대로 동결로 결정났지만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점도표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확인됐다.
18명 FOMC 위원 중 13명이 오는 2023년 말까지 최소 한 번 이상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중 11명은 최소 두 번 이상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도 인상을 예상한 위원의 수도 7명에 달한다.
한은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시장의 관심은 그 시점과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금통위는 7월과 8월, 10월, 11월 총 네 번의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남겨두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르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월과 8월에는 경제 회복 속도를 확인하면서 소수의견을 통해 시장에 신호를 보내고 실제 인상은 10월 이후에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4.0% 내외의 성장여부가 확인되는 시점은 9월말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 4% 내외의 성장이 확인될 경우 오는 10월 또는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은행의 강력한 기준금리 인상 시사 이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벌써 소수의견과 실제 금리 인상 시점을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와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4분기 11월에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역대 금리인상기 3번 모두 최소 2차례 이상 인상···가계·기업, 이자 부담 증가 불가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해 한 차례 인상 이후 내년에도 추가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금리를 0.75%로 인상하더라도 지난해 금리 인하 이전(1.25%) 보다 0.50%포인트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앞서 한은은 과거 3번(2005~2006년, 2010~2011년, 2017~2018년)의 금리 인상기에서 모두 최소 두 번의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2005~2006년에는 8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2%포인트 올렸으며 2010~2011년에는 5차례에 걸쳐 1.25%포인트를 인상시켰다. 가장 최근인 2017~2018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0.50%포인트를 올렸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세 차례의 금리인상 모두 펀더멘탈을 대변하는 장기 금리와 통화정책에 좌우되는 단기금리 간의 차이가 0.2%포인트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며 “현재 장단기 금리차는 1%포인트로 경기흐름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3번의 금리인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일반적으로 한은의 금리인상은 2번 연속 단행돼왔음을 감안할 때 금리인상을 반영하는 초기 시점에서 채권금리는 향후 2.5~3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까지 최대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가계 및 기업에는 적지 않은 이자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가계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는 11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이자부담 역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5조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금리 인상 이후 추가 인상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3월로 예정돼있는 대선과 이주열 총재의 임기 만료 등으로 인해 상반기 중에는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통화정책과 정치는 분리돼서 운영되지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하기는 어렵다”며 “어떤 사람이 새로운 총재로 오는지에 따라서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통화·금융정책 상의 국면전환에 대비해 큰 틀에서 부채총량 증가 속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기본전제로 가정하고 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높은 취약 부문에 특화된 리스크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금리 상승과 정부지원조치 종료의 충격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다중채무자 및 취약가구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