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산업·소외계층 지원, 재무건전성 개선 '일석이조'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한창이다. 잇달아 채권을 발행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19일 금융권 KB국민은행은 최근 3300억원 규모의 원화 상각형조건부자본증권(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채권의 발행 만기는 10년이며, 발행 금리는 국고채 10년물 금리에 0.50%포인트를 가산한 연 2.58%로 결정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BIS비율 제고 및 ESG 경영 정책의 일환으로 지속가능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며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최근‘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등 ESG분야에 사용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ESG 경영 의지에 시장도 반응했다. 지난달 10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총 4200억원의 응찰이 몰렸다. 국민은행은 흥행에 성공하면서 당초 계획보다 300억원 많은 규모로 발행을 결정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15일 4350억원 규모로 ESG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은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녹색사업에 사용된다. 또 금융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서도 활용된다. 만기는 10년이며, 발행 금리는 국고채 10년물에 0.49%포인트를 더한 2.58%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채권발행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ESG채권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이번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할 수 있었다”며 “이번 발행을 통해 자본적정성 제고와 더불어 사회적 기업의 책임을 다해 ESG경영을 적극 실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최초로 ESG후순위채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다. 총 규모는 3000억원이다. 녹색금융에 사용하는 ‘그린본드'와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 등을 위한 ‘소셜본드’가 결합된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번 채권의 만기는 10년이며, 연 2.64%의 고정금리로 발행됐다. 발행금리는 국고채 10년 금리에 0.5%포인트 가산금리가 더해졌다. 이번 가산금리 수준은 바젤Ⅲ 도입 이후 발행한 채권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 발행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0.20%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인해 발행시장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은행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번 채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했다”고 말했다.
ESG채권은 도입 초기에는 주로 국책은행들과 공공기관에서 발행해왔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에 있어 기업의 ESG 성적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 계층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도 발행 규모를 늘리고 있다. 특히, ESG채권을 후순위채로 발행하면 BIS비율 개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