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 2개 과제 규제챌린지에 포함···“내달 복지부가 논의 예정”
복지부, 사전 논의 없어 신중 입장···약사회, 의료상업화 우려하며 적극 반발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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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가 원격조제 규제 완화와 약 배달 서비스 허용을 추진한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의료상업화가 우려된다며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5일 관련업계 및 대한약사회 등에 따르면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경제인 간담회에서 기업과 정부가 함께 ‘해외보다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는 ’규제챌린지’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보다 더 낮거나 동등한 수준의 규제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챌린지(Challenge)’로 명명했다. 민간이 제안한 해외 주요국보다 과도한 규제를 민간․정부가 함께 3단계(소관부처→국무조정실→국무총리)로 검토해 최대한 개선하는 것이다. 

이번 15개 규제챌린지 과제는 경제단체와 기업이 직접 발굴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벤처협회 등 경제단체를 포함, 외국인투자 옴부즈만,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 등 지원기관, 한국행정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중소기업연구원 등 연구기관이 함께 했다는 국조실 설명이다. 

이중 약사사회나 약업계와 직접 관련 있는 과제는 ‘비대면 진료 및 의약품 원격조제 규제 개선’과 ‘약 배달 서비스 제한적 허용’이다. 2개 과제는 15개 중에서 맨 앞에 위치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낮지 않은 비중을 갖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조실은 15개 과제는 3단계에 걸친 단계별 회의체를 통해 규제 내용 및 해외 사례를 검증하고, 규제 완화나 유지 시 파급효과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조실 관계자는 “의약품 원격조제나 배달 서비스 허용은 7월 내로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검토할 예정”이라며 “규제 완화를 위한 위원회는 이미 복지부에 구성돼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건의료 과제 2개는 주로 경제단체에서 복수로 접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조실이 원격조제나 배달 서비스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한 약사사회가 반대하고 나섰다. 그동안 경제단체들이 의약품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주장했던 내용이 구체적 논의 없이 발표됐다는 지적이다.  

우선 복지부는 국조실이 사전 논의 없이 발표한 점을 지적했다. 국조실도 발표 전 복지부와 구체적 논의가 없었던 점을 인정했다. 향후 국조실이 밝힌 대로 주무부처가 위원회를 열어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 부담감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공식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창준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국조실에서 아직 조치가 내려온 사항이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방안이 검토된 것이 없다”며 “의약계 수용성을 고려해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약사들 단체인 대한약사회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대약과 전국 16개 시도약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편의라는 단어 뒤에 숨은 영리기업 탐욕을 혁신이라 추켜세우고 규제개혁으로 포장해 대변하는 정부의 규제챌린지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며 “약 배달을 추진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보건의료서비스를 규제챌린지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은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몰이해의 극치”라며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일부 기업에 특혜를 주기 위한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단체들은 “약 배달에 대한 규제 완화는 물류 영역이 아니라 조제와 배달을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기업형 약국 허용을 의미한다”며 “이는 보건의료서비스 상업화, 영리화 가속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즉 단순한 의약품 배달 허용이 아니라 정부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기업형 약국 등 보건의료계의 상업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약사회 관계자는 “약 배달 허용 같은 민감한 정책이 정권 말 결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그동안 경제단체 주장이 보건의료계에서 수용된 사례가 낮다는 점을 감안, 반대 입장을 적극 표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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