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예타 부문별 표준지침 개정안 의결···낙후도 평가 지표 36가지로 늘려
더 정확한 지역 균형발전 평가 기대···불이익 예상 지역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정부가 정확한 지역균형발전 평가를 위해 예비타당성조사에 사용하는 지역 낙후도 지표 항목을 늘렸으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늘어난 지표 중 낙후도 평가에 부적합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불이익이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예타에서 대상 지역 낙후도를 평가하는 지표 항목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예타 부문별 표준지침 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그동안 지역 낙후를 평가할 때 인구 2개, 경제 3개, 기반시설 3개 항목으로 총 8가지 지표를 활용해 왔다. 이를 인구 1개, 경제 1개, 주거 4개, 교통 4개, 산업일자리 4개, 교육 4개, 문화여가 4개, 안전 3개, 환경 4개, 보건복지 7개 등 총 36가지 항목으로 늘린 것이다.
기재부는 지역 낙후도 산정 방식 개편으로 지역 현실에 맞는 더욱 정확한 지역 균형발전 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교육, 문화, 안전, 환경 등 지역 여건이 더 구체적이고 포괄적으로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기재부의 예타 부문별 표준지침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한국개발연구원으로 제출받은 지역낙후도 분석 개선방향 연구 관련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당시 연구진으로 참여했던 김민호 KDI 재정투자평가실장은 지역낙후도 산정 지표를 8개에서 36개로 늘린 것과 관련해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사용하는 균형발표지표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계적 방법을 이용해 지역 발전 정도를 최대한 많이 반영하고자 했다”며 “최대한 많은 지표를 이용해 지역의 발전 정도를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에서는 2019년 발표 자료를 썼고 2020년도 자료는 올해 발표돼 이를 업데이트 해 새롭게 산정한 결과를 이번 지침에 반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낙후도 순위가 올라간 지역을 중심으로 평가 지표만 다양해졌을 뿐, 양적 분석에 치중하고 주관적인 요소가 많아 낙후된 지역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역낙후도 지수는 수치가 낮을수록 낙후도가 심한 지역을 뜻한다. 특정 지역이 순위가 올라갔다는 것은 낙후도가 개선돼 예타를 통과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다.
신원식 전라북도 정책기획관은 “비수도권의 낙후도를 고려해 예타에 반영하겠다는 게 현재 낙후도 지수의 목적인데, 새로운 지표를 반영한 낙후도 지수를 적용하자 전북은 15위에서 13위로 올라갔다”며 “다양한 지표가 들어가는 것이 꼭 낙후도를 제대로 평가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예타는 경제성 평가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얼마나 낙후돼 있냐를 봐야 하는데 사회적 지표를 계속 넣으면서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신 기획관은 “경제적 낙후도 평가 부분에 다른 여러 지표들이 들어가면서 지역의 경제적 낙후도를 평가한다는 본래 목적과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광주의 경우 원래 8위 정도였는데 지금은 2위로 올랐다. 광주가 서울 다음으로 낙후되지 않은 지역이란 얘기인데 납득할 수 있겠나”라고 언급했다. 지표에 뭔가 문제가 있어 수긍을 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온 것이니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지표 선별은 자체적, 주관적으로 한 게 아니고 균형발전위원회에서 하는 지표 중 가용한 지표 데이터를 이용해 지역 발전 정도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위해 방법론을 새롭게 개발하고 적용한 사안”이라며 “양적 분석에 치중했고 주관적인 요소가 많아 낙후 지역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낙후도 지표 변화로 불이익이 예상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단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비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솔직히 내용을 면밀하게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낙후도 순위가 올라간 것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며 “향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분석한 뒤 변경이 필요한 부분은 바꾸도록 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 비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낙후도 지표 변경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지만 현 예타제도가 수도권에 유리하게 돼 있어 지방의 낙후를 부채질하는 부분이 있는건 사실”이라며 “지방 소멸을 막고 국토 균형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