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반등 통해 사업영역 본격 확대 나서
양재동 물류센터 조성 놓고 서울시와 이견···착공조차 못해
이스타항공 매각 입찰 참여···“인수 후 승자의 저주 경계해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국내 육계 가공식품 대표 하림이 그간 부진한 실적을 딛고 흑자전환하며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사업뿐 아니라 단거리 배송을 위한 물류센터 건립, 이스타항공 인수 등까지 뛰어들며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선 하림이 어떤 결과물을 얻을지 주목된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은 연결기준 올 1분기 매출 2546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영업 손실을 기록했던 하림은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 파동 탓에 살처분된 닭으로 인한 생계 시세 상승, 새롭게 지어진 스마트 팩토리 생산성으로 흑자 전환을 일궜다.

하림 최근 실적 추이.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하림 최근 실적 추이.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이미지. / 사진=하림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이미지. / 사진=하림

실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사업 영역 확대에 본격 나선 하림은 최근 ‘양재 도시첨단 물류센터 조성’, ‘이스타항공 인수’ 등 두 가지 과제에 직면했다.

우선 하림은 가정간편식 사업을 키워 육계 등 축산업에 의존하는 사업구조를 개선하는데 힘쓰고 있다. 특히 하림은 ‘물류’에 초점을 맞춰 양재동 도시첨단 물류센터를 조성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하림은 해운 물류 계열사 팬오션은 국제물류를, 양재동 물류단지는 국내 물류를 담당하도록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재동 물류단지는 개발 승인 대기 중”이라며 “수도권에 위치한 접근성과 활용도를 감안할 때 부가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하림이 구상하는 양재 도시첨단 물류센터는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하림은 지난 2016년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매입,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에 나서 가정간편식 사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수년째 서울시와 용적률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착공조차 못한 상황이다.

김기만 하림산업 대표는 지난 4월 말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도시첨단물류는 공공적 가치가 크고 사업 자체가 공공기여의 성격을 가진 만큼 법령과 절차에 따라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며 양재도시첨단물류단지의 6대 비전구상을 공개한 바 있다.

하림이 이스타항공 매각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하림이 이스타항공 매각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여기에 하림은 이스타항공 매각 예비입찰에도 참여한 상태다. 하림은 오는 14일 실시되는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팬오션을 통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에 하림 주가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다만 하림은 이스타항공 인수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하림이 이스타항공 인수 주체로 해운사인 팬오션을 내세운 배경에는 팬오션과 이스타항공 관련 인적·물적 자원을 결합해 항공 물류 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이 경우 해상과 항공을 아우르는 물류기업으로도 성장 가능하다.

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이스타항공 인수 가격은 최소 1500억원 이상이다. 현재 하림은 현금성자산 2238억원을 보유한 상태다. 만약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인수 후 기업 정상화를 위해 투입돼야 할 자금만 2000억~3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은 팬오션을 1조원이 넘는 거액에 인수해 안정적인 실적으로 알짜 계열사로 안착시킨 전력이 있어,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물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양재 물류센터와 이스타항공 진행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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