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허브, 빠르게 많이 생산할수 있는 시설 중요”
에스티팜, LNP 기술력 갖춰 유리···생산능력은 중간급, 증설도 검토
원제 위탁 맡은 삼바, 원액 생산 시설 내년 상반기 내 마련 추진···대규모 생산 시설 갖춘 한미약품, 일부 시설은 변경 필요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 사진=연합뉴스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준영 기자] 최근 모더나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원액의 한국 생산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시설을 갖췄거나 마련 중인 에스티팜, 한미약품,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주목받고 있다. 관련 업계는 대량생산 능력과 기술력을 위탁 선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모더나의 최고사업책임자인 코린 르 고프 박사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mRNA 백신 원액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백신 원액 생산을 위탁할 특정 기업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백신 원액을 생산할 자체 공장을 한국에 설립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라고 했으나, 직접 공장을 설립할 경우 상당 기간 소요되기에 위탁 생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바이오·제약 업계는 모더나가 백신 원액 생산을 국내 기업에 위탁하는 방식을 택할 경우 수탁사 선정의 주요 기준으로 생산력과 기술력을 주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을 백신 생산의 허브로 만들겠다고 했다. 백신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백신을 대량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모더나가 백신 원액 생산을 한국 기업에 맡길 경우 빠르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기준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 에스티팜, 한미사이언스가 모더나 백신 포함해 mRNA 백신 원액을 위탁생산할 수 있는 기업 후보군이다”며 “모더나가 원액 생산을 위탁할 경우 관건은 대량생산 시설 능력이다. 기술은 모더나가 이전을 하는 것이니 관련 시설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위탁 대상 기업 중 한 곳으로 거론되는 에스티팜은 mRNA 원료 생산(DS)과 LNP(지질나노입자) 조성까지 할 수 있는 중간급 규모 시설을 지난 달 갖췄다. 연간 최대 240만 도스의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 에스티팜은 추가로 설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바이오 관련 협회 관계자는 “모더나 백신 원액 생산을 가장 빨리 진행할 수 있는 곳은 규모는 작아도 LNP 기술이 있는 에스티팜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에스티팜은 mRNA 백신 원액과 분자를 생산할 수 있다. LNP 기술도 갖고 있다. 현재 생산시설이 중간급 규모이기에 1년에 1억2000만 도스까지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평택 바이오플랜트 공장에서 대규모로 유전자 백신(DNA·mRNA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가운데 mRNA 백신은 연 10억회 접종분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다만 LNP 기술을 이전 받아야 생산이 가능하다. 또 현재 시설에서 바로 모더나 백신의 원액 위탁 생산이 가능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mRNA 백신 원액 위탁 생산 시설이 있지만 모더나 백신을 생산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시설 변경과 LNP 기술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현재는 mRNA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 설비가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상반기 안에 mRNA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 설비를 인천 송도의 기존 공장 설비에 증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mRNA 백신 원료의약품 생산 설비 증설을 작은 규모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모더나의 백신 원액 생산 위탁과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관련 시설 증설은 향후 mRNA 백신이나 치료제 위탁 생산 수요를 위한 차원이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최근 모더나로부터 백신 충진·포장 단계인 완제의약품(DP) 공정을 위탁 받았기에 원액 생산까지 맡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더나가 백신 완제 공정을 삼성바이오에게 위탁했기에 원액 생산을 다른데 맡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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