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기지권' 성립 시점부터 토지 사용료 대가로 지료 지급 하라는 취지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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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토지 소유가 바뀐뒤 묘에 대한 권리(분묘지기권)를 얻어냈다 하더라도 토지 사용료를 땅 주인에게 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분묘기지권은 한 번 성립되면 다른 약정이 없는 한 영구히 존속(벌초 등 관리하는 경우)되고, 지료도 특약이 없는 한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회사가 B종중을 상대로 제기한 분묘 지료 청구 사건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일부 승소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고 13일 밝혔다.

A사는 지난 2014년 동두천시에 위치한 17만여㎡ 규모의 임야를 매매했다. 이 토지에는 B종중의 15대손부터 23대손까지 종원들의 분묘들이 1862년 이전부터 위치해 있었다.

A사는 토지 구입시 분묘들을 이장하겠다는 합의가 있었다며 봉분·비석 철거와 월임료 지급을 청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토지 소유가 변한 경우에 그 분묘를 파 옮긴다는 조건이 없는 한 분묘의 소유자는 지상권 유사의 물권을 취득한다’는 판례에 따라 B종중의 분묘지기권을 인정하고 원고의 철거 청구를 기각했다. 또 원고와 피고 사이에 지료에 관한 약정이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월임료에 대한 청구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에 대한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B종중이 토지소유자에게 토지사용 대가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자기 소유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음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자는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그 분묘의 기지에 대한 토지사용의 대가로서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심은 지료의 액수를 심리하고 그 금액의 지료 지급을 명령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원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약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점유에 따른 지료를 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양도형 분묘기지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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