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월 中 LCD 채택 비중 72%
中 패널, LCD 가격 오름세 올라타 호실적
삼성전자, TV 사업 원가 부담 및 부품 수급 리스크
[시사저널e=윤시지 기자] 중국산 LCD 패널 가격 압박이 삼성전자 TV 원가 부담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TV 시장 1위를 거머쥐기 위해 수년간 저가 중국산 패널 채용 비중을 확대하면서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TV 패널 가운데 BOE, AUO, CSOT, HKC 등 중화권 업계 LCD 패널 채택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4월 삼성전자 LCD TV 패널 가운데 BOE, AUO, CSOT, CHOT, HKC, 이노룩스 등 중화권 업계 제품 채용 비중은 72%에 이르렀다.
이 기간 삼성전자는 중국 2위 TV 제조사 하이센스보다도 BOE 패널을 더 많이 사들였다. 4월 삼성전자 BOE 패널 채용 대수는 약 65만5000개 수준으로, 중국 2위 TV 제조사 하이센스의 BOE 패널 채용대수(61만개)를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삼성디스플레이 LCD 채용 비중은 17.4%에 그쳤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 패널 업계가 LCD 산업에 진입한 이후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깨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6년 이후 LCD 시장은 패널 업계의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9년 1분기 동반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중국업계도 저조한 수익성을 기록했지만 정부 지원에 힘입어 BOE 등 일부 업체는 10.5세대 LCD 공장 준공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코로나19 여파 이후 LCD 시장 상황은 달라졌다. 코로나19 여파로 TV 디스플레이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와 유리기판 등 주요 부품도 부족해지면서 판가가 천정부지로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달 4K 55인치 LCD TV 패널 평균판매가격(ASP)은 233달러(25만원), 60인치는 295달러(32만원)를 기록했다. 두 제품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3%, 19.4% 가격이 올랐다.
이 덕에 중국 LCD 1위 BOE는 대형 LCD 사업을 앞세워 1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1분기 중국 BOE는 497억위안(8조6700억원) 규모의 매출이 내면서 지난 2년 중 처음으로 삼성디스플레이 매출(6조9200억원)을 웃돌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력하는 중소형 OLED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었고 BOE가 주력하는 LCD 패널 가격이 오른 결과다.
1분기 실적을 두고 LCD 시장 패권이 중국 업계에 완전히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패널업계가 수년간 지속한 ‘제 살 깎기’식 경쟁에서 궁극적으로 승기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들 중국 업계가 시장 주도권을 잡은 이상 LCD 판가는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TV 시장 1위 삼성전자에게 TV 제조원가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올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에게 LCD 철수를 당초 계획보다 1년가량 미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CD 시장을 중국 업계가 꽉 쥐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패널 판가 협상력 하락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과거 중국산 LCD 채용에 적극적이었던 삼성전자의 경영 판단이 만든 결과라는 분석이다. 완제품 기업은 가격이 낮은 제품을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하락을 견디지 못한 국내 패널 업계가 LCD 생산을 줄이고 OLED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TV 패널을 공급받을 가능성이 나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경쟁사 구도를 버리고 국내 업계가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대형 TV 사업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전세계 TV 제조업계의 중국 의존도가 너무 커진 상황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소재, 장비 산업뿐만 아니라 TV 완제품 산업까지 리스크가 굉장히 커진 것”이라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국내 TV 완제품 기업들이 대승적으로 함께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