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재개 기대감에 여행주 일제히 상승 흐름
“코로나19 이전 주가 수준 넘어서 주가 상승 과도”
“살아남은 여행사에 수요 몰려 수혜 클 것” 목소리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증시에서 여행주가 코로나19 백신 기대감에 가파른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상반된 평가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패키지 여행 감소 트렌드 속에서 코로나19 이전의 주가를 넘어서는 상승 흐름은 과매수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코로나19에서 살아남은 대형 여행사에 수요가 몰릴 것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여행업종 대장주로 평가받는 하나투어는 전날 대비 2.22% 오른 9만2100원에 시작해 장중 9만4100원까지 상승했다. 지난 3일 장중 기록한 52주 신고가인 9만4300원 근처까지 오른 것이다. 하나투어는 가파른 상승 흐름에 힘입어 지난달 이후로만 37% 가량 올랐다.
하나투어의 상승세는 여행 재개 이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접종률 20%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이 본격 추진된 것이다. 트래블버블은 방역신뢰국가 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및 백신접종 증명서를 제출할 경우 여행 목적의 출입국을 허용하게 한 것이다. 특히 우선적으로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패키지 여행 사업을 벌이는 여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 다른 여행주들도 최근 1년 기준 가장 높은 주가를 기록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모두투어 주가는 지난달 이후로만 30% 상승했다. 지난 3일에는 3만1550원을 기록하며 장중 기준 52주 최고가 기록을 쓰기도 했다. 같은 기간 참좋은여행과 노랑풍선도 각각 48.4% 9.1% 올랐다. 지난해 코로나19 최대 피해주로 꼽히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주가 흐름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여행주에 대해 엇갈린 시각들이 나오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우선 여행주의 최근 주가 흐름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다. 코로나19 이전 패키지 여행이 감소하는 트렌드를 보여 왔는데 이는 리오프닝(Re-opening·경기재개) 이후에도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미 주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훌쩍 넘었다는 점도 부담으로 제시된다. 대표적으로 하나투어의 경우 지난해 1월 초 5만원대에 거래됐었는데 현재 주가는 9만원 수준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3일 보고서를 통해 하나투어가 베스트 시나리오에 맞춰진 과매수 시기라며 목표주가를 7만원으로 제시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예상을 초과하는 수요가 발생할 경우 인원을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비용의 발생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없다”며 “전세계에서 2020년 코로나 이전 주가를 상회하는 여행사는 한국 패키지 여행사와 트립닷컴 뿐이다. 과거를 살펴봤을 때 여행 수요를 베팅하기에 적합한 사업자는 아닌 데 반해 기대감으로 주가는 5년 내 고점 수준을 바라보는 시기”라고 밝혔다.
반대로 추가적인 주가 상승 기대감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규제 완화 시 보복 여행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해 코로나19로 인해 이 같은 수요를 뒷받침할 공급처와 판매처, 여행사는 줄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여행사 약 1150개가 폐업신고 완료된 상황에서 항공사로부터 원활히 공급을 받아올 수 있고 코로나19 관련 위기 대응이 가능한 대형 여행사 중심의 수혜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하나투어의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제시한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여행주가 과거와 다른 점은 쏟아지는 수요에 따라 ‘P’(가격)를 높일 수 있다는데 있다. 이 경우 추가적인 기대감이 형성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전면적으로 여행이 풀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는 드라마틱한 실적이 나오기 쉽지 않고 이 경우 실망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리스크도 큰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