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성장 어려울 듯···2019년 분양물량 급감 영향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도 한건 뿐, 인재 겹치며 주택명가 명성에 생채기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HDC현산의 분양 및 최근 2개년 1분기 실적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근간인 주택이 흔들리고 있다. 분양실적 저조로 올해 1분기 실적은 지난해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수주전에서도 좀처럼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경쟁사들이 수도권, 지방 가릴 것 없이 정비사업 수주전에 뛰어들어 수주고를 1조원 이상 쌓는 동안 HDC현산은 단 한 곳의 사업장에 깃발을 꽂는데 그치며 주택명가 명성에 생채기가 났다.

하루 전인 지난 9일 오후에는 HDC현산이 시공하는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정비사업장에서 철거작업을 진행하던 중 5층 건물이 붕괴해 바로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를 덮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함몰된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세간에서 기본적인 현장 안전관리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는 철거업체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다단계 하도급의 윗선이자 현장 시공자인 HDC현산의 부담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HDC현산, 실적도 수주도 힘 빠졌나

HDC현산은 현대건설 주택사업부가 전신이다. 뿌리가 주택사업부인만큼 사업영역과 매출비율을 보면 아파트 공급에 치우쳐있다.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건설분야가 매출의 91%를 차지하고 비건설분야가 9%로 미미하다. 건설분야를 세분화하면 일반건축, 토목, 자체공사, 외주주택으로 나뉘는데 외주주택의 매출 비중은 75%다. 주택이 회사를 키우는 셈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 간 자체개발사업과 레저, 호텔, 유통업으로의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모태인 주택부문 존재감은 약해졌다. 지난달 공시한 1분기 실적을 보면 올 1분기 매출은 6946억원, 영업이익 1184억원으로 직전 해 같은 분기 실적에 견주어보면 각각 31%, 14%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실적하향 원인을 분양물량 저조에서 찾는다. HDC현산의 분양실적은 2017년 1만6000세대에서 2018년 1만2000호로, 2019년에는 급기야 6000호까지 급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 분양물량이 감소하다 보니 입주예정 물량도 전년 대비 줄어들었을테고, 이는 건설사 고수익의 원천인 준공정산 이익 감소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도 “신규 분양물량이 대폭 감소한 영향으로 올해 매출성장은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비사업 수주 현황 역시 시원찮다. HDC현산은 올 해 들어 7건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가운데 재건축·재개발 수주는 단 1건이다. 사업지 위치는 충남 천안 성황원성구역 재개발로 계약금액은 3381억원이다. 같은기간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이내에 있는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경쟁사가 다수의 사업장에서 수주고를 1조원 이상 쌓은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과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광주 재개발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가 광주 재개발 현장 내 건물붕괴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0대건설사 중 무사고 유일’···빛바랜 타이틀

한편 HDC현산이 지하 2층~지상 29층 아파트 19개동 총 2282가구를 새로 지을 예정인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건물 붕괴 참사로 9명이 숨지는 대형 인재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무사고가 유일하다는 타이틀마저도 무색해졌다.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사고 당일 광주 사고현장을 찾아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분들, 부상자분들에게 뭐라 말씀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사고원인이 조속히 밝혀지도록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규 HDC회장 역시 이튿날인 10일 광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심으로 사죄드리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도 사전 허가 과정이 적법했는지, 건물 해체 공사 주변의 안전조치는 제대로 취해졌는지, 작업 중 안전관리 규정과 절차가 준수됐는지 확인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 내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사업주의 처벌 수위가 어떻게 될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중대재해법을 대표 발의한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사고의 원인으로 제기되는 철거공사 원청 하도급 문제, 공사 방식의 문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며 “지난해 제정 시행된 건축물관리법의 허가가 제대로 됐는지, 철거공사가 규정에 따라 진행됐는지, 회사의 안전관리자가 제대로 배치됐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중대재해법에 준하는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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