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공사 중 건물 무너져 17명 사상
“무거운 책임 통감, 피해 회복 노력”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친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사고와 관련,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속한 HDC그룹의 정몽규 회장이 공개사과했다.
정 회장은 10일 오전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희생자와 유족, 부상자, 시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는 이번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피해 회복, 조속한 사고 수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다시 한 번 이번 사고로 고통을 겪고 계신 모든 분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 발언 후 취재진과 문답에 나선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는 “한솔기업이 철거공사를 진행했고, 재하도급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하도급은 법에 위배된다”며 “비상주 감리로 관청에 신고가 됐고, 사고당시 감리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는 “감리는 저희와 계약관계가 아니어서, 공사감리일지 제출 요구에 관한 권한은 (현대산업개발이)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공사가 늘어지면서 무리한 공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신고 된 절차대로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층부터 차례대로 한 층씩 제거하는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압쇄기를 이용한 건물 옆면부터 제거하는 ‘지상 자립식 해체 방식’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쪽 벽부터 야금야금 먹어가는 공법으로 진행했고, 신고 또한 그렇게 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철거 현장의 안전장치가 미흡한 것이 아니었느냐는 물음에도 그는 “현장이 훼손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진상규명은 관계기관에 맡기고, 회사는 사고수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사전에 버스정류장을 이동시킬수는 없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철거물 탈락에 의한 사고를 방지하기위해 도로변에 신호수 두 명을 배치했고, 사고 당시에도 이 두 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광주경찰청·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전날 지상 5층·지하1층 건물이 도로변으로 넘어져 인근 정류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54번) 1대를 덮쳤다.
이 사고로 탑승자 17명(추정)이 매몰, 9명이 숨졌다. 나머지 8명은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추가 매몰자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수색·잔해 철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